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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늘 또 한명이 숨졌다…끼임사 61%가 청소·점검·수리중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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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2016∼2020 사고 분석

생산활동 때 39%보다 훨씬 많아

“효율 탓 공장 안 멈추고 작업 많아”

비일상적 작업 외주화 사례 빈번

익숙지 않은 이들이 맡는 탓도

“기계 출입 땐 전원 차단 지켜야”


한겨레

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 걸려 있는 안전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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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7시48분께,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ㄱ(32)씨가 압력으로 물건을 옮기는 유압두권기를 점검하기 위해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가 갑작스런 기계 작동으로 가슴 쪽이 끼였다. 옆 라인 작업자가 이를 발견하고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옮겼으나, ㄱ씨는 9시15분께 결국 숨지고 말았다. 현장을 조사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는 “작업자가 문을 열고 출입해도 기계가 계속 작동하고 있어 평상시에도 위험이 존재했고 출입문에는 시건장치(잠금장치)도 없었다”며 “기계 주위에 방호울도 설치돼 있지 않아 노동자가 상시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현장에서 끼임으로 발생하는 사망 사고 10건 가운데 6건이 ㄱ씨처럼 청소와 점검, 수리 등 비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설비를 작동할 때뿐만 아니라 제조업 설비 전반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27일 고용노동부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제조업 끼임 사망 사고 374건을 분석한 결과, 생산 등 일상적인 작업을 할 때 발생한 사고는 145건(38.8%)에 그치고, 나머지 229건(61.2%)은 청소, 점검, 정비, 수리 등 비일상적 작업을 하다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보면, 청소가 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점검이 45건(19.7%), 조정이 30건(13.1%)이었다.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발생한 김용균씨의 끼임사 역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다 발생했다.

이런 사고는 위험 설비뿐만 아니라 제조업 설비 전반에서 나타났다. 전체 제조업 끼임 사망 사고 가운데 크레인, 컨베이어, 지게차 등 10대 위험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건(44.1%)에 그쳤다. 나머지 209건(55.9%)은 10대 위험 설비에 해당하지 않는 설비에서 발생했다.

비일상적인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 우선 일상적인 생산 업무보다 업무 절차가 복잡하고 다른 기업에 외주화하는 사례가 많아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업무 효율성 등을 이유로 공장이나 설비 가동을 제대로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청소나 점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작성한 ‘제조업 끼임 사망사고 감축 및 사업장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를 보면, 끼임 사고의 발생 유형은 △가동 중인 기계 장치의 끼임부에 방호장치가 없거나 해제된 채 정비 △기계 내부에 들어가 점검·수리 중 외부 작업자가 이를 모르고 기계를 조작 △작업 중 갑자기 정지한 기계를 전원 차단 없이 점검·수리 중 정지 원인이 해결되면서 기계가 재가동 △설비 주변 작업자를 보지 못하고 해당 설비를 조작 등 네 가지로 이뤄져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청소 등 작업을 할 때 기계가 작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잠금장치를 하고 담당자를 둬 열쇠를 따로 보관하게 하는 등의 ‘로토’(LOTO·Lockout, Tagout) 시스템을 준수하도록 기업에 제안하고 있지만, 이 제안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국장은 “비일상 작업도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는 ‘위험성 평가’를 받기 때문에 회사가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있고 방호울을 놓거나 기계 작동을 금지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문제는 현장에서 이것이 실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청소나 기계 점검을 할 때는 기계가 작동되지 않게끔 하는 게 사고 예방의 기본 원칙인데 생산 일정이 우선시되면서 이런 조처가 방치되고 있고, 라인을 멈추는 결정도 노동자 개인에게 맡겨져 개인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며 “기계에 출입할 때는 잠금 및 전원 차단이 원칙이 되도록 사업주가 명확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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