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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재헌 “5·18 희생자에게 과오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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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서 사죄 뜻 유언 남겼는지 취재진 질문

“지병으로 육성 유언 못 남겼지만 그간 말 정리”

이른 아침부터 정·재계 인사들 조문 행렬


한겨레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 찾은 조문객.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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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27일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노씨의 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은 “(아버지가) 5·18 희생자에 대해 본인의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씨의 빈소에서 부인 김옥숙씨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아들 노재헌 이사장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두환씨,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씨제이(CJ) 그룹 회장 등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였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 등 사법기관과 언론사 사주들의 조화도 도착했다.

영국 출장에서 이날 오전 돌아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곧장 빈소로 온 노 이사장은 취재진에게 “(아버지가) 대통령 (재임) 이후에도 (5·18에 대해) 본인이 무한 책임을 갖고 계신다고 생각하셨다. 특히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이나 재임 전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에 대해 본인의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고, 역사의 나쁜면은 본인이 짊어지고 가겠다고 했다”고 노씨의 유언을 전했다. 노 이사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육성으로 유언을 남기진 못했지만, 그동안 하신 말씀을 정리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씨 사위인 최태원 에스케이(SK) 그룹 회장도 미국 출장을 앞두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검정 마스크를 쓴 최 회장은 방명록을 작성한 뒤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목례를 했다. 10여분 만에 조문을 마친 최 회장은 빈소를 나와 “마음이 상당히 아픕니다”라며 “오랫동안 고생하셨는데 영면에 드시길 바란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최 회장은 노소영 관장과 현재 이혼 소송 중이다.

이른 시간부터 빈소를 찾은 원로 정치인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노재봉 전 국무총리,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철언 전 의원 등 노씨와 오랜 인연이 있는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빈소를 찾았다.

노태우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등을 지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빠르게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한 분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외교 (분야에서는) 커다란 족적을 남긴 것 같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김 전 위원장의 방문을 시작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정치인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이준석 대표는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피해에 대한 추징금을 납부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했고, 특히 아들 노재헌 변호사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가족을 대표해 사과하는 등 진정성 있는 노력을 했다. 고인의 과를 덮고 갈 수 없다고 (보는) 분들도 많지만 이런 노력은 전 전 대통령 일가와는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빛을 덮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다한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슬픔을 당한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유족에게)전해 드렸다”고 밝혔다.

노씨의 빈소에는 5·18 항쟁 당시 전남도청에서 시민군 상황실장을 맡았던 박남선씨도 조문을 왔다. 박씨는 “광주학살 사건에 대해 전두환씨를 비롯해 그 어떤 사람도 사죄표명이 없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아들(노 이사장)을 통해 수차례 책임을 통감하는 말을 해 왔다”고 조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날 5·18민주유공자유족회·민주화운동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기념재단 등은 성명을 내어 정부가 노씨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장예지 고병찬 박지영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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