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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죄않고 간 노태우·전두환 찬양 윤석열…광주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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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5·18 증언도, 화해도 없는 노태우 자택 방문조사 조율중 사망…광주시민 허탈
'전두환 찬양·개 사과' 논란 윤석열 광주 방문예정, 물리적 충돌 우려
뉴시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1980년 5월 광주학살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노태우(89) 전 대통령이 사망한 26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관에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재판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전시돼 있다. 2021.10.26.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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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배상현 기자 = 1980년 5월 광주학살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노태우(89) 전 대통령의 사망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90) 전 대통령 찬양·사과 논란 등으로 광주가 뜨겁다.

노 전 대통령이 최근 3년간 광주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면서 마지막 '5·18 진실의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입을 굳게 닫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5·18 군 발포명령자나 군 헬기사격, 암매장 등 미완의 5·18 과제를 푸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광주시민들은 착잡함과 함께 허탈감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대면조사 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사망,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위원회는 "고인은 5·18민주화운동의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조사가 필요한 핵심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간 5·18 관련 중요인물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1차로 5명(전두환, 노태우, 이희성, 황영시, 정호용)을 선정, 조사안내 서한 및 출석요구서를 발송했고 연령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의료진을 동행한 자택 방문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988년 고인이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민주화합추진위원회’를 통해 ‘광주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는 노력이 있었음을 기억한다"면서도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급도 없이 사망해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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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2021.07.17.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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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단체와 광주시민사회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사죄하지 않은 데 분노하고 있다.

5·18 민주유공자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공동성명에서 "1980년 발포 책임 등 진상 규명의 핵심 열쇠를 가진 자 중 한 사람인 노씨는 추징금 2600억여원을 완납하고 아들을 통해 대리사죄하는 등 용서를 구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진상규명 관련 고백과 기록물을 공개하지 않았고 왜곡·조작된 회고록을 교정하지 않아 끝까지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정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한 것에 대해 "역사를 부정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선택"이라고 규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주자 역시 최근 '전두환 옹호·개 사과' 논란으로 광주를 분노케하고 있다.

시비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윤 후보는 광주 방문 사과를 예고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반발이 거세다.

더욱이 윤 후보가 책임당원들에게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주시민에게 사과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억울한 태도를 취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달 말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를 마치고 내달 초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일정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대구에서 진행된 유승민 후보와의 토론에서 "경선이 끝나면 광주에 달려가서 더 따뜻하게 5·18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보듬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윤 후보의 광주 방문 계획에도 성난 호남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이용섭 광주시장은 "150만 광주시민은 윤석열 후보의 이번 광주 방문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저열하고 천박한 역사관을 드러내고도 진정성 있는 사죄 한마디 없이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윤 후보에게 광주를 '정치쇼 무대'로 내어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윤 후보의 대선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각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남지역 교수들은 최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전 총장이) 반민주적 인권탄압을 자행해온 독재정권의 대명사 전두환을 따라배우겠다는 망언으로 자신의 역사관과 정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다시 한번 '개 사과'로 호남인을 개보다 못한 사람으로 조롱한 것에 대해서 치 떨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윤 전 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측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윤 후보에게 "호남을 향한 털끝만큼의 진심이 있다면 다음 달로 잡힌 '광주 방문쇼'는 취소하라"며 "윤 후보는 다시 국민과 당원, 호남에 진심 어린 사과에 나서라. 그 전에는 호남에 발을 붙이지 않는 게 예의이자 사죄 방식"이라고 공격했다.

"의도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하며 "5·18 묘역에서 분노한 광주 시민들의 뭇매를 맞고, 영남 지역민들과 보수 우파를 향해 '진보에게 탄압 받는 제1야당 대선 후보'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것 아닌가. 명백한 지역 갈라치기면서 여론 호도"라고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윤 후보가 광주 방문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후보는 최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우리가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거는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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