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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제껏 마스크 쓰고 운동 잘 했는데"…'백신패스' 도입에 시민들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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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헬스장 등 백신패스 의무화

미접종자, 48시간 유효 음성확인서 있어야 출입 가능

시민들 "미접종자 차별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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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헬스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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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헬스장 환불해주세요.", "다음 주부터 백신 미접종자는 운동 못 하나요?"

다음 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방역체계가 전환되는 가운데 정부가 헬스장·목욕탕 등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이른바 '백신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백신패스는 접종완료자나 코로나19 음성이 확인되는 이들에게만 특정 시설 이용 등을 허락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실내체육시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까지 백신패스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백신패스 도입이 사실상 접종을 강제하려는 조치라고 지적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백신패스 도입 연기나 폐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26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마련한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방안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백신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를 보여줘야 감염 고위험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백신패스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전국 209만개 다중이용시설 중 유흥시설, 노래연습장, 경마·경륜, 카지노 등 13만개 시설과 100인 이상 행사·집회 등이다. 또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는 접종증명서나 음성확인서가 필요하지 않지만, 입원환자를 면회하거나 간병하는 경우에는 백신패스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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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포함 테이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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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백신패스 적용 시설에 헬스장, 목욕탕, 탁구장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시설 이용을 못 하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3개월째 헬스장을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30)는 "이제껏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운동을 잘해왔는데 갑자기 백신패스를 도입하면 어쩌자는 거냐"라며 "헬스장을 다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어처구니가 없다. 심지어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얼마 전 개인 트레이닝(PT) 수업을 결제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라고 하소연했다.

김 씨처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사람이 헬스장 등을 이용하기 위해선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면 된다. 다만 유효기간이 48시간에 불과해 헬스장을 사흘에 한 번씩 갈 경우, 미접종자는 매번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의 헬스장 이용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헬스장과 스포츠센터 등에는 환불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을 헬스장 관장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를 통해 "한 대학생이 '백신 미접종자 운동 못 하냐'고 문의해서 다음 달 1일부터 안 될 것 같다고 하고 12월에 (이 같은 조치가) 해제될 수 있으니, 연장 신청하라고 했다. 그런데 운동 리듬이 깨질 것 같다고 환불 요청해서 환불 조치해 줬다"고 토로했다.

이어 "PT 등록 후 이번 주 금요일부터 하기로 한 대학생도 오늘 중 환불 요청할 듯하다"며 "몇 년째 PT 받는 단골 회원 중 백신 미접종자와 1차 접종 후 무서워서 2차 접종 안 하고 있는 이들은 다 어찌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실내체육시설 이용자 대부분이 접종 완료 비율이 비교적 낮은 20~30대임을 고려하면 백신패스 적용이 혼란만 부를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50~70대는 접종 완료 비율이 90%를 넘지만, 20~30대는 70% 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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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백신 패스 도입 계획을 발표하자 헬스장 등에는 환불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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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가 미접종자에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비합리적이고 강압적인 실내체육시설 등에 관한 백신패스 폐지를 간곡히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은 "백신으로 인한 무수한 부작용 및 사망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건강상 백신을 못 맞고, 두려워 안 맞는 사람들에 대해 차별적이고 강압적인 정부 제도 실시는 절대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마스크를 잘 쓰고 방역수칙 잘 지키며 이용하는 실내체육시설에 대해서는 유흥시설과 같이 엄격하게 백신패스를 요구하면서, 마스크 벗고 대화하고 음식을 공유하는 식당·카페 등의 시설에는 인원 완화에 백신패스도 없다니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는 백신패스 도입 연기나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27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신패스 연기 방안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백신패스를 통해 최소한의 위험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 제도의 실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상회복을 위해 거리두기를 해제하면서 아무런 방역관리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방역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고,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사회적 규제도 풀고, 방역조치도 푸는 그런 최상의 길은 세계 어떤 나라도 찾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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