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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서울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과정서 절차 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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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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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4월 9일 취임 후 처음 가진 코로나19 종합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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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상생방역과 함께 시행했던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도입이 법이 정한 행정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시민감사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17일부터 6월 18일까지 서울시내 309개 콜센터와 물류센터 근무자 2만9716명에게 자가검사키트를 지급했다. 또 5월 24~7월 14일 서울시내 기숙학교 20곳의 교직원 및 학생 6530명을 대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배부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9억8441만여원에 달한다.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서울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가 콜센터 및 물류센터용 자가검사키트와 기숙학교용 자가검사키트 도입과정에서 법이 정한 계약절차를 무시한 사실이 확인된다”면서 부서주의를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10억원에 가까운 서울시 예산을 들이면서 계약서 작성 미준수 등 각종 행정절차를 위반한 것은 ‘적극행정’을 주장하더라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옴부즈만위는 앞서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재난기금운용심의회를 진행하지 않고, 구매업체 선정 및 계약을 먼저 이행하는 등 행정절차를 위반했다’는 진보당의 시민감사청구를 받고 감사에 착수했다.

옴부즈만위는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납품받기 전 납품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납품받은 후 ‘사후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옴부즈만위는 특히 재난관리기금 운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코로나19자가검사키트 구입비용을 지출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옴부즈만위는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한 뒤 심의를 받은 것은 통상의 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방역상황을 고려할 때 (자가검사키트도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절차를 위반하고 시행했다’는 보건의료정책과의 주장 역시 부적절하다고 봤다. 옴부즈만위는 “애초에 보건의료정책과 스스로 수립한 계획대로 5월 12일 재난관리기금 시의를 요청하고, 심의결과 통보가 지체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면 콜센터 및 물류센터용 계약은 실제 계약이 체결된 5월 25일 이전에도 체결됐을 여지가 있다”면서 “심의절차를 준수해 시범사업을 진행했더라도 보건의료정책과에서 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시작한 사업시행일보다 지연되는 기간은 수 일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감염병의 발생 및 유행’에 대한 대응을 위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경우 단기간에 가능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또록 지방계약법령이 허용하고 있으며, 이 사업의 경우 1차 시범사업은 추진계획이 확정된 5월 12일 이전에 물품공급 업체들과의 가격협의 등을 완료해 수의계약대상자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었다”면서 “수의계약 절차조차도 준수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볼 근거는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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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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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만위는 다만 자가검사키트 도입과정에서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내부검토, 관련부서와의 협의 및 행정1부시장·시장 보고,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쳤으며 중앙방역대책본부 회의과정에서 자가검사키트 사용건의, 시범사업 계획 알림 및 진행현황 공유 등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확인되는 만큼 시범사업 추진 의사결정 과정에 부적절한 부분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조건부허가를 받은 업체 중 성능이 좀 더 나은 것으로 평가된 제품을 공급받았고, 업체별 견적서 상 단가가 더 낮은 업체를 선정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종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국가재난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법위반을 했으므로 ‘적극행정 면책사항’에 해당한다는 보건의료정책과의 주장은 배척했다. 자가검사키트가 시민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공익사업이라는 점은 인정되지만, 도입과정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준수했을 경우 발생했을 문제점에 대한 검토가 없었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나 해소방안 역시 마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옴부즈만위는 “해당 사업은 담당부서가 밝힌대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보조적 수단’으로 공급하는 것이고, ‘민간의 자율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시범사업에 불과하다”면서 “단시일에 종료되는 재난기금심의 절차를 비롯해 일반적인 계약절차를 매우 간소하게 한 수의계약 절차조차 준수하지 않을 만큼 촌각을 다투는 사업이라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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