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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가계대출 조이자 월세 낀 임대차 계약 증가…“월세화 가속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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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 거래 40%는 월세 낀 임대차 계약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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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가격 안내판 앞에서 한 시민이 주변 아파트를 소개하는 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전방위로 옥죄면서 매매와 전세 거래가 어려워지자 서울에서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 비중이 약 40% 수준까지 올랐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8∼10월 서울에서 체결된 아파트 임대차 계약(계약일 기준) 등록은 전날까지 총 3만3435건이다. 이 가운데 월세가 낀 계약은 39.2%(1만3099건)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같은 기간(8∼10월) 대비 가장 높은 수치로 이 기간 월세 낀 임대차 계약 비중은3년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서울시는 임대차 계약을 전세·월세·준월세·준전세로 분류한다. 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임대차 거래,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인 거래,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거래다.

임대차 거래 시장에서 월세·준월세·준전세를 합한 월세 낀 비중은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한 새 임대차법 시행 직후 30%대로 치솟았다.

전세 품귀에 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하거나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월세 낀 계약을 맺는 사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가 은행권에 강력한 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했고,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금융권의 전방위 대출 옥죄기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매매·전세 거래를 더욱 어렵게 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를 잇달아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전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 40% 적용 시행 시점을 애초보다 앞당기는 동시에 이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에 DSR 2단계가 조기 시행되면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의 대출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예컨대 현재 연소득 4000만원 무주택 세대주가 서울에서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60%까지 인정받아 주담대로 3억6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여기에 연봉 수준인 4000만원까지 신용대출로 더 받을 수 있어 총 4억원을 대출로 충당할 수 있다.

하지만 2단계 규제에서는 집값과 상관없이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기만 하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연봉 4000만원은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1600만원(월 133만원)을 넘을 수 없다. 주담대 만기를 최장 30년(금리 3.5%)으로 잡아도 3억원 밖에 대출이 안 된다. 종전 대출한도보다 1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이미 이용 중인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이 있으면 대출한도는 더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2단계 조치 대상이 전체 차주의 13.2%, 전 대출의 51.8%로 예상했다. 3단계가 적용되면 전체 차주의 29.8%, 전체 대출의 77.2%가 대상이 된다.

결국 저소득자와 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주택 매매를 위한 대출 한도가 크게 줄거나 대출이 아예 어려워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아울러 이날부터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새 전세자금대출 관리 방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들 은행에서는 전세자금대출 신청이 임대차 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가능하고, 1주택 보유자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은행 창구에서 직접 신청해 깐깐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방침은 이달 내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17개 모든 시중 은행으로 확대된다.

실수요가 아닌 것으로 의심되거나 다른 곳에 유용될 가능성이 있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의 전세대출 강화 조치에 실수요자들이 반발하면서 전세대출이 총량 규제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일단락됐으나 이런 방침은 올해 말까지만 적용된다. 내년 전세대출 취급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심사가 강화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매·전세대출이 제한되거나 집주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든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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