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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퐁퐁남이었다”…남초 강타한 ‘설거지론’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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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참 지질해, 이해 불가”

동아일보

설거지 그릇.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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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설거지론’과 ‘퐁퐁단’, ‘퐁퐁시티’ 등의 신조어와 관련한 게시글이 쏟아졌다. 이는 일부 여성에 대한 혐오를 넘어 이들과 결혼한 대기업 남성, 또 대기업 남성과 비교했을 때 조건이 좋지 못한 미혼 혹은 기혼 남성들을 갈등 구조로 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논쟁이 확산된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른바 ‘설거지론’은 연애경험이 적거나 없는 남성이 젊은 시절 문란하게 지낸 여성과 결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음식은 다른 사람이 먹고 자신은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비유를 담고 있어 ‘여성 혐오’라는 비판을 받는다.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를 시작으로 지난 23일부터 에펨코리아와 MLB파크 등 주로 남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와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 등에서 떠들썩했다.

‘설거지론’은 연애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혼한 대기업 남성까지 직접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기존의 여성 혐오와는 다르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특히 ‘열심히 공부하면 배우자 얼굴이 바뀐다’는 말을 들어온 세대에서는 농담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혹시 나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터져나왔다.

‘퐁퐁남’ ‘퐁퐁단’까지 등장…동탄은 ‘퐁퐁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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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과 관련한 직장인들 반응. 직장인 익명앱 블라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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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은 ‘퐁퐁남’, ‘퐁퐁단’, ‘퐁퐁시티’ 같은 파생 신조어까지 낳고 있다. 한 누리꾼이 만든 ‘설거지론 알고리즘’ 게시물에 따르면 ‘20대 초반에 연애 경험이 없다’ ‘번듯한 직장이 있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지 않았다’ ‘아내에 경제권이 있다’ ‘아내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거나 아껴주지 않는다’ 등에 해당되면 ‘퐁퐁남’이다.

‘퐁퐁남’은 외벌이인데도 전업주부인 아내의 비위까지 맞추기 위해 설거지로 상징되는 집안 일까지 도맡아하는 남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퐁퐁남’이 모이면 ‘퐁퐁단’, 이들이 많이 사는 신도시는 ‘퐁퐁시티’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블라인드에는 XX전자에 재직 중인 한 회원이 “퐁퐁시티 거주 중인 예비퐁퐁남이다. 저의 내무부장관(아내)이 돼 주실 분을 찾는다”면서 자신의 처지를 희화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인 다른 회원은 “퐁퐁시티 형들 매일 안부 체크해야 될 것 같다”고 조롱했다.

또 대기업에 다니는 ‘퐁퐁남’과 달리 번듯한 직장이 없는 남성을 두고는 ‘도태한남’이라고 비하했다. 연애 경험이 풍부하고 여성들과의 잠자리 경험이 다수인 남성은 ‘지뢰설치반’이라고 낮잡아 표현하기도 했다.

주말 내내 설거지론이 이어지자 재학생들은 일찌감치 결혼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23~24일 “솔직히 설거지 당할 가능성 높은 ‘싱크대’ 재학 중이라 불안”,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학교 남학생이 8할 이상 마주하게 될 현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설거지론’은 왜 핫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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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론’에 관련한 커뮤니티 게시글. MLB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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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설거지론이 수일간 이슈가 된 것에 대해 “사람의 가장 원초적 감정인 ‘사랑’에 대한 문제를 건들였기 때문”이라며 “그동안은 자신이 ATM기라는 생각에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 참았지만, 이제 설거지론을 듣고 보니 아내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현타’(現time·현실자각 타임의 줄임말)가 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설거지론’이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토록 파장이 크게 이어진 것에 대해 진단내리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주제를 두고 며칠째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다수의 교수들은 “뭐 그런 지질한 소리가 다 있느냐”라며 코멘트 자체를 거절했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잘 모르겠다”면서 “하위 문화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대상을 향해 비하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스스로 만족감이나 위안을 얻는 모습”이라며 “분노나 박탈감 등을 해소하려는 작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변형된 여성 혐오의 일종으로 보이나) 남녀 갈등을 자꾸 부각시키는 게 맞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경계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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