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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사퇴 외압’ 감지한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 ‘이재명 측근’ 정진상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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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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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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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015년 1월 ‘사퇴 압박’ 분위기를 느끼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측근인 정진상 정책실장을 직접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황 전 사장을 만난 정 실장은 외압 의혹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공사 부하직원은 정 실장을 언급하며 사퇴를 종용했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표를 내달라는 압박이 있어 조금씩 미루다가 분위기를 파악해보려고 2015년 1월말쯤 정진상 실장을 찾아갔다”며 “그런데 전혀 내색이 없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 언급을 안하니 이상하다 싶었는데 2월6일 유한기(당시 개발본부장)가 찾아와 죽 치고 앉아 사직서를 쓰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 유한기는 2014년 12월 말부터 (황 전 사장을 내보내라는) 독촉을 받았던 것 같은데,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사표를 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 않나. 아마 윗선에서 다 이야기가 된 것 같아 2월6일 이후에는 정진상 실장을 찾아가지 않았다”며 “모멸감을 더 느끼는 거야. 굴욕감 말도 못한다”고 했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2015년 2월6일 그는 유한기 본부장에게 “(사직서를) 시장한테 갖다줘도 당신한테 못 주겠다. 정(진상) 실장도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당신한테 다 떠미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유 본부장은 “양쪽 다 그러고 있다”고 답변했다.

유 본부장은 당일 오후 3시10분터 10시까지 7시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사퇴를 종용했다. 황 전 사장에게 사직서를 받아낸 그날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이끈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의 설립일이기도 하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일주일 뒤인 2월13일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내며 대장동 사업 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성남시 차원에서 황 전 사장을 찍어내기 하려는 시도는 사직서를 받기 전부터 진행됐다. 그는 2014년 3월 중순과 11월 초 두 차례 성남시청 감사실에 다녀왔다. 황 전 사장은 “내쫓으려고 트집을 잡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이야기가 들어갔나 싶었다”고 기억했다. 황 전 사장은 퇴임하던 날 이재명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누구든지 간에 사람 좀 잘 쓰시라”고 했다. 이에 이 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2014년 4월을 전후한 시점에도 유한기 전 본부장의 요구로 사퇴서를 썼다고 한다. 황 전 사장은 이 사퇴서의 성격에 대해 “충성맹세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황 전 사장은 “사직서 비슷한 건데, 유 전 본부장이 컴퓨터에서 프린트해온 것을 사인만 했다”고 말했다.

황 전 사장은 임기를 1년6개월 남긴 2015년 3월10일 중도 하차한 데 대해 “임명권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장과 성남시의회 추천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로 선발됐고, 2013년 9월10일 이재명 시장이 직접 황 전 사장을 적임자로 판단해 임명했다.

황 전 사장은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이재명 시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황 전 사장이) 역량 있는 사람이었고 더 있었으면 했다’고 한 발언을 듣고 애써 잊으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정말 그렇다면 당시 한 마디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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