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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20년간 적자·투자만 530억…초전도 세계 첫 상용화 이룬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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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편집자주] 전기 손실을 10분의 1로 줄이는 초전도 케이블 시장을 놓고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기업들이 치열한 4파전을 벌이고 있다. 2019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단번에 선두권에 올라선 LS전선의 스토리를 통해 초전도 케이블 시장의 잠재력과 풀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MT리포트]'꿈의 전선' 초전도 케이블 4파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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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케이블 불모지 한국에서 18년만에 이뤄낸 쾌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행국가에서 30년 이상의 연구에도 해내지 못했던 일. LS전선이 초전도 케이블 시장에 20년 이상 뒤늦게 뛰어들었음에도 세계 최초 상용화의 성과를 거둔 비결은 집념과 뚝심 두가지로 요약된다. LS전선은 강산이 두번 바뀌는 연구개발 기간 내내 이어진 적자를 버텼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의 열매를 키워낸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2001년 처음으로 초전도 케이블 연구를 시작했을 때 LS전선은 업계 맨뒷줄이었다. 영하 200℃를 넘나드는 기술력이 관건인 탓에 지금까지도 4개국 5개사(한국 LS전선, 프랑스 넥상스, 일본 스미토모·후루까와, 미국 울테라)만 기술을 보유했다. LS전선은 2004년 5개사 중 4번째로 교류 22.9㎸ 배전급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 개발 후 15년만에 세계 최초 상용화…1위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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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꼴찌나 다름없었던 기술력은 15년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19년 경기도 용인시 흥덕 변전소와 신갈 변전소 사이 1㎞ 구간에 초전도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설치해 상업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9년 전력산업동향백서에 세계최초로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한 국가로 등재됐다.

초전도 케이블을 먼저 개발했던 해외 경쟁사 중 어떤 업체도 아직까지 상용화에 성공한 곳은 없다. LS전선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해외시장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전선업계의 글로벌 강자 프랑스 넥상스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S전선의 급격한 성장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책과제 선정과 지원, 집중 투자 등 내·외부 요인을 비결로 꼽는다. 초전도 케이블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는 200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도해 '21C 프론티어 연구개발 사업' 일환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진행됐다. LS전선과 한국전력공사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오히려 적자인 사업이지만 LS전선은 530억원을 투입하는 뚝심을 보였다.

LS전선 관계자는 "상용화 전까진 매출이 0원인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투자만 한 것"이라며 "기업이 연구비만 쏟아붓는 게 쉽지 않은데 그만큼 기술개발 의지가 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상용화 경험으로 해외시장 입찰 경쟁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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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필수적인 단말과 중간접속함, 냉각시스템 등 부대설비를 갖춘 것도 LS전선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초전도 케이블을 전력망에 적용하려면 케이블 자체만이 아니라 전기가 원활하게 잘 흐르도록 부대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스템이 무리없이 작용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간접속함은 케이블을 연결해 선로 길이를 연장해주고 냉각시스템은 송·배전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전체를 작동하게 하는 부대시설의 기술 난이도가 높고 신뢰성도 중요하기 때문에 케이블과 부대시설 기술을 모두 갖춘 경쟁사는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용인 흥덕~신갈 구간 상용화에 앞서 2011년 경기도 이천변전소에서 배전용 22.9㎸ 케이블 시스템 전력계통을 운전할 당시에 이미 단일 제조사 최초로 케이블 시스템을 비롯한 냉각시스템, 제어시스템을 일괄 납품해 설치하고 준공했다.

교류(AC)와 직류(DC)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업체도 전세계에서 LS전선이 유일하다. LS는 총 5개의 초전도 케이블 제품군을 갖췄다. 교류든 직류든 다양한 상황에서 적합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세계 전력망의 95%가 교류지만 점차 직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LS전선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함께 상용화 경험까지 갖췄기 때문에 해외 입찰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초전도케이블 시장은 올해 3017억원, 5년 뒤인 2026년에는 6833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전은 계속된다…차세대 시장 주도권도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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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은 이달 초 차세대 초전도 케이블인 '23㎸ 3상동축' 개발에 성공해 국제전기표준회의(IEC) 규격을 획득했다.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 2년만의 또다른 성과다. 차세대 제품은 초전도층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존의 전력 전송량을 20% 이상 늘리면서도 생산비는 10% 이상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품은 전세계에서 LS전선을 포함한 3개 업체가 개발했지만 국제 인증을 획득한 곳은 LS전선뿐이다. 한국전력이 내년부터 시작하는 초전도 플랫폼 사업에 차세대 모델을 적용할 전망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초전도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제품 상용화 역시 앞서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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