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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대통령 직선제 수용후 당선…현대사 격변기 ‘영욕의 삶’ [노태우 193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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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외교로 경상수지 사상 첫 흑자

비업무용토지 매각 ‘토지공개념’ 도입

남북 유엔가입·한반도 비핵화 족적

‘5·18 발포 명령자’ 끝까지 침묵

군사문화 답습·5000억 비자금 오점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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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격변기 한국 현대사 속에서 영욕이 교차한 삶을 살았다. 특히 닮고도 달랐던 육사 동기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평생 인연은 한국 현대사의 한 장이 됐다. 위쪽 사진은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당시 노태우 대표가 전두환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이다. 아래쪽 사진은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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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 체제로부터 탄생한 마지막 군인출신 대통령이자 민주화 후 직선제로 당선된 첫 대통령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군(軍)’에서 ‘민(民)’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집권했다. 그만큼 공(功)과 과(過)도 뚜렷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북방외교, 올림픽 성공개최, 남북평화 초석이라는 업적을 쌓았으나 ‘12·12 쿠데타’의 주축 세력이었다는 사실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 꼬리표였다.

▶10·26에 별세…노태우의 공(功)=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은 신군부 집권의 시작점이 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10월 26일)이 숨진 당일 별세했다. 대한민국 군사정권의 시작과 끝을 알렸던 두 전직 대통령이 같은 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979년 12·12 쿠데타를 일으킨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민주정의당 대표를 거쳐 1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나 이사람. 보통사람. 믿어주세요’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우선 성과로는 단연 북방외교가 꼽힌다. 경상수지가 사상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된 시기도 그의 재임 중이었다. 수출 경제의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토지공개념 정책을 실시했고 대기업 비업무용 토지를 매각하게 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벌여 지역에 뿌리 박혀 있던 조직폭력배를 사라지게 했고, ‘나를 코미디 소재로 쓰라’는 공약도 재임기간에 지켜 언로 확대도 보장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주택 200만호 건설 등 국민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북한과의 교류가 활기를 띤 것도 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그는 1988년 7·7선언으로 ‘민족 자존과 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발표했고, 1990년 남북한이 동시 유엔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1991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도 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계승되고 있다.

▶노태우의 ‘과(過)’=노 전 대통령의 최대 오점은 군사 쿠데타(12·12사태)의 주역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5·18 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의 선봉에 섰고 마지막까지 당시 상황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입을 열지 않았다. 여전히 광주에서의 ‘발포 명령자’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재임 중에는 군사 정치의 잔재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윤석양 이병의 폭로로 확인된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 사건과, 과거사위에서 무죄로 결론 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이철규 의문사 사건 등도 노 전 대통령 재임 중 있었던 시국 사건이다.

오늘날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감정의 원인이 되기도 한 ‘3당 합당’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사안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여당인 민정당과 야당인 통일민주당과 공화당을 합치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을 탄생시켰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보장’을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이후 정권을 잡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김 전 대통령이 실시한 ‘금융실명제(1993년)’가 비자금을 드러나게 한 원인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은 5000억원을 받았다고 고백, 헌정사상 구속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홍석희 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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