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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男미용사와 사귄 女주지사…총리 꿈꾸며 "애 낳으면 2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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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6월 의회 연설 중인 아유소 주지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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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우파의 희망, 자유의 숙녀(Liberty Lady).’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주지사인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43)를 이렇게 표현했다. 아유소는 논란의 중심에 서온 여성 정치인이다. 집단의 안위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그는 지난해 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 봉쇄령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스페인 보건부가 마드리드 등 9개 구역에 식당 등의 영업 제한을 골자로 한 봉쇄령을 선포하자 마드리드 고등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을 내면서다. 방역보다 자유를 우선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가 그를 ‘자유의 여성(Liberty Lady)’라 부른 까닭이다.

소송 결과는? 아유소 주지사의 승리였다. 마드리드 고등법원은 “시민의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며 봉쇄령 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이때문인지 아유소에 대한 지역 소상공인의 지지는 뜨겁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유소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다양한 지지 문구를 써붙이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한 문구는 ‘여자 아유소가 남자보다 낫다’로 의역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가톨릭 신자들은 그를 성인(聖人)으로 묘사한 그림을 그려 양말에 프린팅해 판매도 하고 ‘우리 모두가 아유소’라는 문구가 적힌 가게들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아유소 ‘굿즈’까지 나오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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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소 주지사가 지난 5월 재선을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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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소의 적극적, 때론 논쟁적인 정책 덕이다. 재선을 앞두곤 출산 장려를 하겠다며 “아이를 낳으면 2000만원 주겠다”는 정책을 내기도 했다. “마드리드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30세 이하 여성”이라는 조건을 달아 포퓰리스트 정책이라는 비판은 살짝 비켜갔지만 논란을 부른 정책이었다.

올해엔 아유소 본인은 결혼의 길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2016년부터 자신의 머리 스타일을 담당하던 헤어드레서와 4년간 교제하다 지난해 결별했다. 당시 그가 내놓은 이별 사유는 “연애를 하기엔 정치 생활이 너무 바쁘다”였다.

이런 아유소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인기에 물이 오르고 있다”며 앞날을 주목했다. 그가 마드리드 주정(州政)을 벗어나 중앙 정치라는 ‘넥스트 레벨’로의 점프를 준비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아유소는 지난 5월 정치적 위기를 극복해내며 외려 날개를 달았다. 지난 5월 자신이 구성했던 연립정부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정부를 스스로 해산시킨 뒤 선거를 치르면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얻은 시민의 지지를 업고 그는 재선에 성공했다. 그가 무릎을 꿇린 세력은 한때 스페인 좌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포데모스였다. 포데모스를 이끌었던 정치학자 출신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아유소에 대해 “트럼프 같은 인물”이라 비난했지만, 유권자들은 아유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아유소의 슬로건은 간단했다. “자유냐, 공산주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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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치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하려면 외교력도 갖춰야 한다. 아유소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해 각종 외교활동에 열심이다. 사진은 이스라엘 대사와 환담 중인 아유소.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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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소는 자신이 속한 국민당(PP) 안에서도 골칫거리에 가깝다. 아유소는 주요 당직도 함께 맡겠다고 나섰는데, 이에 대해 PP 지도부가 난색을 표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아유소에게 있어선 중앙 정치로 본격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 당내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한 초석이 필요했지만 당내 기득권 층은 이 통통 튀는 40대 여성 정치인을 어떻게 다룰지 몰랐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아유소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난 여자다. 여자는 한꺼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은 거뜬히 해낼 수 있다. 내게 맡겨달라.”

스페인 총리까지 꿈꾸고 있을 아유소의 앞날은 탄탄대로라고 할 순 없다. 논란을 즐기는 그의 정치 스타일은 당장은 코로나19에 지친 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아유소는 마드리드를 손에 넣었으나 스페인 전체 유권자는 그의 정치 스타일이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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