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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검은 태양' 유오성 "인생 3쿼터 첫 작품, 성실하게 준비했죠" [인터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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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MBC 제공] 배우 유오성이 '검은 태양' 종영 인터뷰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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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강한 남자의 표본 같은 이미지인데, 실체는 그저 멋진 남자다. 센 악역 안에 부드러운 인상과 올곧은 정신을 감춘 배우 '검은 태양'의 백모사, 유오성의 이야기다.

유오성은 지난 23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검은 태양'에서 악역 백모사 역으로 열연했다. '검은 태양'은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MBC 첫 금토극이자 제작비 150억 원의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가운데 유오성은 유일한 '빌런'으로 악의 축을 맡으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2018년 KBS 2TV '너도 인간이니?' 이후 3년 만에 '검은 태양'으로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너도 인간이니?'를 2017년에 찍어서 2018년에 방송했으니 드라마가 오랜만이긴 했다. 복귀라기 보다는 제가 올해로 57살인데 27살에 사회에 나와서 지금 인생 3쿼터라고 생각하고 있다. '검은 태양'이 그 첫 작품이라 생각해서 나름 성실하게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라 감독님 처음 뵌 게 3월이었는데 나머지 분들은 캐스팅 된 상태에서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이건 내 역할이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제작진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리신 것 같아서 열심히하겠다고 했다"라고 캐스팅 당시 비화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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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의 완성도에 끌렸다는 그는 백모사라는 인물에 대해 "제 대사는 아닌데 한지혁(남궁민 분)이 기억을 상실했을 때 '우리 머리속에 기억과 감정이란 게 있는데 기억과 감정이란 게 있는데 감정의 힘이 더 세다. 감정이 세서 기억을 훼손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게 우리 드라마의 주제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비춰지는 건 국정원이지만, 그 전제에 깔려있는 건 감정과 기억 중에서 기억이 감정의 지배를 받지 않길 바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모사도 유경험자고 조직에서 퇴출된 사람이고 페르소나처럼 한지혁을 가스라이팅을 한 상황이고. 상황은 그렇지만 감정과 기억 중 감정에 지배되지 말아야 한다는, 감정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게 끌렸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백모사는 '검은 태양'의 주제 의식과 맞닿은 인물이다. 중량감 있는 캐릭터에 유오성이 캐스팅되며 힘을 얻기도 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박하선은 유오성이 백모사를 맡으며 작품의 격이 높아졌다고 호평하기도. 정작 유오성은 이 같은 칭찬들에 "민망하다"라며 겸손하게 웃었다. 다만 그에게도 '검은 태양'은 남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유오성은 3월 23일 감독과의 첫 만남, 5월 3일 첫 촬영 등 작품에 관한 의미 있는 순간들을 모두 날짜까지 기억하며 '검은 태양'이라는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하려 했다.

이에 유오성은 백모사의 마지막 장면에서 유제이(김지은 분)와의 부녀 관계가 드러나며 폭탄 테러가 실패로 돌아가는 장면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딸에 대한 게 컸다고 본다.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던 거다. 나중에 백모사가 제 3자처럼 이야기 한다. '어떤 죽은 동료가 있는데'라고. 원래 중간에 대사가 있었는데 감독님한테 제안했다. 너무 감성적인 것 같아서 조금 빼달라고. 백모사도 빌런이지만 하나의 인간이고, 결국 폭탄을 못 터트리고 기폭이 아닌 타이머라는 이야기를 하고 내 딸을 보고 결정적인 순간 맘을 돌리는 거다. 혹자는 빌런이 결국 딸바보로 끝났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쉬운 것도 있다. 그걸 지은이가 오열할 때 아마 허술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죽음으로 만나는 구나라고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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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오성이 처음 받았던 대본 속 백모사는 감성적으로도 풍부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유오성의 해석을 거쳐 시청자가 본 인물로 다듬어졌다. 이 같은 해석과 분석이 가능하기까지 유오성은 내년이면 데뷔 30주년이 되는 베테랑 연기자로 나름의 족적을 남겨왔다. 한국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봤던 한국형 누아르의 대표작 영화 '친구'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 유오성은 "같이 출연한 정문성 그 친구는 딱 두 번 같이 찍었는데 '제가 NG를 안 내는데 선배님이랑 대사 한다고 해서 긴장했다'고 하더라. '친구'를 봐서 그런 거였다"라고 웃으며 멋쩍어 했다.

정작 유오성은 '친구'의 영광은 물론 강렬한 악역으로 계속해서 회자되는 점에 대해서도 그저 "가성비가 좋아서일 거다. 저 혼자 알아서 다 싸운다. 생긴 것도 거칠게 생기지 않았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가볍게 답했다. 다만 이어서 그는 "영상작업은 거대한 거짓말이다. 이렇게 하면 약간 교만한 이야기인데, 그 반대 크기 만큼의 속성이 돼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또 반대 것들을 생각한다. 고도의 선이 거짓말하는 작업인데. 안타고니스타를 할 때마다 생각하는 건 실제 3차원에서 나는 반듯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서 "드라마를 찍을 때 내가 이겨먹으려고 하겠나. 악역이라고 해도 이기고 지고 기싸움 그런 게 어디 있나. 저는 그런 적도 없고 기싸움 한적도 없다. 그 씬에 집중한다. 그런데 남궁민 씨 같은 경우 벌크업을 했다. 그것도 그 자체가 이미 대단한 것 같다. 연기를 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다. 하루 8끼씩 먹으면서 운동을 했다고 하니까 준비성이 대단한 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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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태양'을 마치고 그는 영화 '강릉'으로 다시 한번 선굵은 누아르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검은 태양'이 인생 3쿼터 첫 드라마였다면, '강릉'은 인생 3쿼터 첫 영화다. 그는 "사실 2017년 3월에 감독 미팅해서 결정하고 촬영 끝나고 개봉까지 4년 넘게 걸렸다. 제가 고맙다고 했다. 이 시나리오를 놓지 않고 버텨내고, 자기는 자기대로 버틴 거다, 감독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범사에 감사하라', '본립도생'을 새기고 작품에 대해 사소한 날짜까지 기억하며 3쿼터를 맞이하는 그에게 어떤 막이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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