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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과기정통부, 3년째 '제2의 아현사태' 막자더니…KT사태 터져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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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애 로밍 시스템 마련됐지만 법 시행은 12월9일부터

"이번 KT 통신장애는 시간 짧고, 기술적 문제로 로밍 대상 안 됐을 것"

뉴스1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먹통' 사태는 약 40분간 지속된 뒤 일부 정상화돼 KT 아현 사태 때보다 시간은 짧았지만, 범위가 전국이었다. KT에서는 오전에는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했으나 오후 들어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정정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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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지난 2018년 KT 아현사태 이후 마련된 통신 재난 대책이 이번 KT 통신 장애에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 장애 시 타 통신사의 망을 로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책은 올해 12월 이후에나 도입될 예정이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행 전'인 셈이다. 특히 통신 재난 로밍 시스템이 가동됐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는 적용되지 않는 대응책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통신 업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발생한 KT 유·무선 네트워크 장애에는 통신재난 예방·대응 강화를 위한 관리체계 개선안을 담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안이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지난 6월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 상태지만, 시행일은 12월9일로 예정돼 있다. 구체적인 하위 법령은 아직 준비 중인 상태다.

◇KT 아현사태 이후 통신장애 로밍 시스템 마련됐지만…

해당 법안에는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이후 정부가 추진 중인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이 담겼다. 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 신설 Δ통신시설 등급지정 기준 및 등급 관리기준을 법령으로 규정 Δ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무선통신시설 공동이용(로밍) 명령 Δ주요 통신사업자의 통신재난관리 전담부서 운용 의무화 Δ과징금·과태료 등 의무이행수단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이동통신 재난 로밍 서비스가 법제화돼 끊김 없는 통신 체계를 지원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동통신 재난 로밍은 통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용자가 다른 통신사 망으로 음성·문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해주는 서비스 방식이다.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는 통신 재난 로밍 시스템을 지난 2019년 12월 구축하고, 지난해 6월 상용망에서 시연한 바 있다. 시스템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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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지난 2018년 11월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 앞 공동구 화재현장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018.11.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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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효력은 12월9일부터…"이번 사태는 해당 안 됐을 것"

하지만 이번 KT 통신 장애 사태 때는 이 같은 시스템이 활용되지 않았다. 법 시행일이 12월9일인 만큼 법적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탓이다. 시스템은 이미 준비됐지만, 법이 뒤따라오지 못한 배경에는 해당 법안이 20대 국회 문턱을 못 넘고 뒤늦게 마련된 탓이다.

당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포함하는 내용이 들어가 문제가 됐다. 해당 법안은 '데이터센터·클라우드규제법'이라 불리며 중복 규제 논란 끝에 지난해 5월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지 못해 불발됐다. 이후 올해 5월21일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통신 재난 로밍제를 담은 법안이 처리됐다.

또 실제 법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서는 타사 통신망이 활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 복구에 열흘 이상 소요된 아현 사태와 달리 피해 시간이 약 40분으로 비교적 짧았기 때문이다. 통신 재난 로밍 서비스는 통신 장애 발생 후 자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아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경계' 이상의 방송통신재난 경보가 발령되거나 해당 장애가 일어난 통신사에서 과기정통부에 요청했을 때 시행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 재난 로밍 관련해 법이 개정됐지만 실제 시행일은 12월9일로, 아직 재난 로밍을 발동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세부적 사항을 미리 지정해야 하는데 아직 고시 등 하위 규정을 작업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통신 재난 로밍 서비스를 시행하더라도 이번 같은 경우 30분 정도 이후에 복구가 시작돼 KT가 따로 신청하지 않는 이상 바로 발동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도 "로밍 시스템의 경우 아현 화재처럼 장애가 몇 시간 이상 됐으면 모르겠는데 이번엔 복구가 빠르게 진행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통신재난 로밍 시스템에는 의사 결정이 필요한데 이번엔 복구 시간이 더 빨랐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재난 로밍 시스템은 네트워크의 끝단(엣지)인 '접속망'(액세스 네트워크)과 관련해 마련됐다. 반면, 이번 통신 장애는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로 '코어망'(코어 네트워크)와 관련돼 있다.

과기정통부 임혜숙 장관은 26일 "통신사 로밍 서비스는 네트워크의 엣지(끝단) 부분인 '액세스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건데, 이번 라우터 경로설정 오류는 문제가 '코어 네트워크'로 번졌기 때문에 당시에 만든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코어망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KT는 26일 오후 구현모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 대표는 "10월25일 전국적으로 발생한 인터넷 장애로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조속하게 보상방안 또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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