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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원조 끊긴 아프간… 500달러에 아이 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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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보도… “배고파 어쩔 수 없어”

취재팀에 “아이 살 것인가” 묻기도

의료진도 4개월 동안 급여 못 받아

“지원 없으면 어린이 100만명 사망”

동아일보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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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재집권 이후 해외 원조가 끊긴 아프가니스탄에서 굶주린 가족이 어린 딸을 500달러(약 58만 원)에 팔고 있는 현장을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25일 BBC는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한 마을을 찾아 아직 걷지도 못하는 딸을 한 남성에게 돈을 받고 보내기로 한 가족을 인터뷰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BBC에 “내 자식인데 어떻게 슬프지 않겠냐”며 “다른 아이들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집에 밀가루도 기름도 아무것도 없다”며 “딸이 자라 내 선택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BBC에 따르면 이 가족은 아이를 판 돈 500달러 중 절반이 조금 넘는 돈을 먼저 받았다. 이 돈이면 남은 가족 5명은 수개월은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아이를 데려가기로 한 남성은 나중에 아이를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키겠다고 했지만 아이의 미래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BBC는 전했다. BBC 취재진은 이 마을에서 이들 외에도 자녀를 판 사람들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취재팀에 다가와 아이를 사갈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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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헤라트 지역의 병원에서 벌어지는 일도 소개했다. BBC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 굶주린 채 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4개월 동안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 5명 중 1명은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BBC는 전했다. 아프간 현지의 비극적인 상황은 탈레반 재집권 후 해외 원조가 끊기고 자금이 동결되면서 심각해지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아 금융 자산을 동결하고 지원도 끊었다. 그 결과 아프간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의 5세 미만 영유아 320만 명이 극심한 식량난에 처했다며 빠른 시일 내 지원하지 않으면 100만 명에 가까운 아프간 아이들이 급성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FP는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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