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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기고]세계로 향한 유네스코 창의공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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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대단하다.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하였다. 닭싸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떼기, 줄다리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깍두기, 깐부 등 한때 일상이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풍경이 가득하다. 우리의 옛 놀이를 비롯한 언어, 문자, 음악, 축제, 서사, 공예, 신앙, 의례 등의 무형문화유산은 현대 문화산업의 원천이 되고 있다.

경향신문

금기형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세계유산해석센터 설립단장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문화유산의 보고다. 일리아드나 오디세이의 열 배 분량인 중앙아시아의 구전 서사 ‘마나스’ 등 유네스코 무형유산의 40%가 이 지역에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을 앞세우면서 문화는 각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설상가상 산업화, 도시화, 기후변화로 무형유산의 소멸이 가속되고 있다. 피식민 역사로 인해 외국 원조사업에 경계심이 크다. 특히 문화영역은 문화주권 침해 우려로 신뢰 구축이 쉽지 않다. 문화 공적개발원조(ODA)의 성과와 지속성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유네스코 채널은 이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네스코 190개 회원국의 조직과 ‘유네스코 가족’이라는 연대성이 있어 국제협력에 개방적이다. 아·태지역 무형유산 보호와 발전을 목표로 한국에 설립된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10만건의 무형유산 콘텐츠를 축적할 수 있었던 것은 유네스코 네트워크를 활용한 덕이 크다. 센터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회원국이 무형유산 콘텐츠를 탑재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인 ‘아이씨에이치링크스(ichLinks)’를 구축 중이다. 이 플랫폼은 콘텐츠 댐이 되어 문화산업에 필요한 원천소스를 보관하고 전달하는 물류창고 기능을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위축 속에 매출이 늘어난 분야가 게임과 OTT 서비스다. 문화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언택트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놀이와 소통을 찾는 수요증가 성장의 배경이다. OTT 공룡기업 간 원천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현지화 제작을 중시하는 넷플릭스는 이러한 유네스코의 효용성을 간파하고 인도 무형문화유산을 테마로 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논의하는 등 관계 맺기에 노력한다. 디즈니도 <뮬란>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등 아·태지역 소재 작품을 늘리고 있다.

한류가 성숙될수록 고품질의 현지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다. 이런 지점에 ‘아이씨에이치링크스’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해외 콘텐츠 기업들이 센터가 보유한 내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인은 센터의 활동에 대한 문화재청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그렇기에 회원국들은 자국의 문화산업 발전에 한국의 기술지원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국내에 ‘유네스코 문화유산 창·제작 복합공간’(가칭) 건립을 정부에 제안한다. 한국은 유네스코 유형·무형·기록유산 기구(카테고리Ⅱ)를 모두 유치하였다. 세종 세계유산해석센터, 청주 세계기록유산센터, 전주 아태무형유산센터가 삼위일체로 활동 중이다. 이들 센터 인근에는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대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등이 위치하여 인력과 연구·개발(R&D) 지원이 가능하다. 경부-호남선 KTX 연결역 오송을 통해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부산 아세안문화원과 협업이 용이하다. 이처럼 제반여건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시설이 완성되면, 미국 스미스소니언, 프랑스 세계문화의 집, 스페인 구겐하임 등과 비견되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특화된 창의공간으로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이제는 구슬을 꿰어야 할 차례이다. 한국은 세계 7위 문화산업 강국이다. 연간 매출액 126조원의 산업규모를 감안할 때 재원은 감당할 만하다. 이 시설은 향후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허브이자 원천 콘텐츠 공급기지가 될 것이다. 세종·대전·청주 300만명을 포함, 전 국민이 2시간 내 도달 거리에 위치한 문화기반시설로서 가성비가 높다. 창작, 제작, 전시, 공연, 컨벤션 등에서 발생될 고용창출 등의 경제효과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보호와 발전을 선도하는 나라로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부수효과는 덤이다.

금기형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세계유산해석센터 설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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