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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유류세 역대 최대 감세, 주유비 월 2만원 줄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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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2일부터 내년 4월 말까지 6개월간 유류세가 20% 내려간다. 역대 최대 인하 폭이다.

26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유류세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당초 정부는 2018년 시행 때와 같은 15%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이날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 과정에서 폭이 더 커졌다.

홍 부총리는 “유류세 인하 효과는 약 2조5000억원”이라며 “관련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고 특히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현장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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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20% 인하 효과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재부가 이달 셋째 주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모의 계산(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보면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는 L당 1732원에서 1568원으로 164원(9.5%), 경유는 1530원에서 1414원으로 116원(7.6%) 각각 내려가는 효과가 난다. 예컨대 연비가 1L에 10㎞인 휘발유 차로 하루 평균 40㎞를 주행한다면 한 달 약 2만원 주유비를 아낄 수 있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도 2%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 LPG 부탄 값이 4.1% 정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달 12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적용 기간은 내년 4월 30일까지다. 다음 달 12일 유류세가 낮아지더라도 바로 주유소 판매 가격이 내리는 건 아니다. 인하분이 적용되는 건 공장 출고 시점부터다. 주유소까지 가는 유통 과정, 재고 처리 기간 등도 고려해야 한다. 보통 유통, 재고 소진 과정에 2주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다음 달 하순에야 유류세 인하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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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주유비 변화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금이 내려도 유가가 더 올라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쇄될 거란 우려도 있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보통 2~3개월 시차를 두고 국제 유가를 따라간다. 최근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해 80달러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브렌트유는 배럴당 85.99달러로 마감해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전국 평균 휘발윳값만 해도 지난달 26일 L당 1643.55원에서 이날 1762.64원으로, 불과 한 달 사이 119.09원(7.2%) 올랐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린다고 해도 한두 달이면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마저도 정유사와 주유소에서 유류세 인하분을 100% 가격에 반영한다는 전제에서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유소 판매가가 정부 기대만큼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2008년 유류세 10% 인하 때도 불과 일주일 만에 가격이 ‘원위치’했던 전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낮춘 유류세가 시중 주유소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관계부처 및 소비자단체 민관 합동 점검을 하기로 했다. 세부 내용은 다음 주 발표한다.

유류세 인하로 전체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잡힐지도 의문이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 0.33%포인트 낮아지는 효과가 나겠다고 추산했다. 역시 유류세 인하분 전부가 석유류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전제에서다. 지금처럼 유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만큼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망 병목 등 다양한 이유로 유가를 비롯한 각종 물가가 오르고 있어, 수조원 재정을 들여 유류세를 인하한 것에 비해 정부가 원한 만큼의 물가 안정 효과는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단 정부는 ▶공공요금 안정 관리 ▶농·축산물 할인 행사 추진 ▶중소기업 원자재 부담 완화 등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 공공요금은 동결을 원칙으로 관리하고, 농축산물은 주요 품목 중심으로 수급 관리와 함께 할인 행사 등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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