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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노태우의 마지막 말 “용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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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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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대 대통령(1988년 2월~1993년 2월)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별세했다. 89세.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악화한 고인은 다계통 위축증 등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아 왔고, 폐렴과 봉와직염이 겹치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저산소증과 저혈압 증세로 이날 낮 12시45분 자택에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고인은 오후 1시46분 숨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2009년), 김영삼 전 대통령(2015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2018년)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영면하면서 87년 체제의 또 다른 이름인 ‘1노 3김’ 시대도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유족, 유언 공개 “장례는 검소하게…남북 평화통일 꼭 이루기 바란다”

대한민국 외교 무대를 전방위로 넓힌 ‘북방 외교’,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물태우’란 별명이 있을 만큼 탈권위의 싹을 틔운 건 고인의 공이다. 반면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감행한 12·12 신군부 쿠데타, 천문학적 액수의 통치 비자금 등은 고인에게 드리워진 그림자다.

1932년 12월 대구에서 태어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부 시절 정무2·체육부·내무부 장관과 제1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7년 6·29선언을 통해 직선제를 수용했고, 그해 12월 “위대한 보통 사람들의 시대”를 구호로 제13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고인의 유언을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그대로 받아들여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한 점 및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고 했다.

유족은 노 전 대통령이 국법에 따라 장례를 검소하게 해주길 바란다면서 “자신의 생애에 이루지 못한 남북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들에 의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장례는 5일간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0일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아트센터 나비 관장)씨, 아들 재헌(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씨가 있다. 소영씨와 이혼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고인의 사위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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