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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뜻이다, 1000번이라도 사죄” 무릎꿇은 노태우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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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0년 5월 2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국립 5·18민주묘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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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의 ‘사죄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아버지의 뜻”이라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진압에 대해 거듭 사죄하고 있다.

노 원장은 지난 2019년 8월 23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희생자들에 대해 사죄했다. 5‧18 진압과 관련해 ‘주요 책임자’로 지목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 중 처음으로 사죄한 것이었다.

노 원장은 당시 방명록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가족분들에게 사죄드리며,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희생자 묘역에 하얀 국화를 헌화하고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노 원장은 “아버지가 5‧18 묘역에 가야 한다고, 내가 가야 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 내가 대신 다녀온 뒤 아버님께 말씀드리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전립선 수술 이후 투병생활을 계속해왔다.

같은 해 12월에는 5‧18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구속, 또는 부상을 입은 피해자 가족인 여성들의 모임인 ‘오월어머니집’에 들러 정현애 이사장 등 피해 당사자를 만나 재차 사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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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2019년 8월 2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영령 앞에 사죄의 뜻을 밝히고 참배했다. [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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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29일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 이때는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헌화했다. 조화의 리본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혔다. 아울러 방명록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노 원장은 인근 민족민주 열사 묘역에 안치된 이한열 열사의 묘도 참배했다. 이 열사의 묘에는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노 원장은 지난 4월에도 5‧18 민주묘지를 찾았다고 한다.

노 원장은 지난해 6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을 때도 거듭 사죄했다. 그는 “아버지가 병상에 누우신 지 10년이 넘었고, 말씀과 거동을 전혀 못 하신 지도 꽤 오래됐다”면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상황이 오면서 참배하고 사죄의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고 저한테도 고스란히 마음의 짐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항상 5.18 얘기가 나올 때마다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 마음 아파하셨다”며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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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아들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 지난 5월 25일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연극 '애꾸눈 광대' 관람을 마친 뒤 객석 일부에서 책임 있는 행동 등 부친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먼저라는 항의가 터져 나오자 고개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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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에는 광주에서 5‧18을 다룬 연극인 ‘애꾸눈 광대’를 관람했다. ‘애꾸눈 광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이지현 씨의 삶을 각색한 연극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그는 객석 일부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시민들이 고함을 치며 비난하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본의 아니게 소란, 분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연극을 보면서 그날의 아픔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가늠이 안 가지만,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광주의 예술인, 그걸 성원하는 많은 분이 계셔서 가슴이 먹먹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노 원장은 이처럼 말했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이제 됐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무릎을 꿇겠다.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나 가능성은 1%도 없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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