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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여론조사 룰전쟁' 일단 홍준표가 웃었다… 최종 결과는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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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환영", 윤석열·원희룡 "선관위 존중"
유승민 "사족 붙어 중도층 수용성 떨어질 것"
한국일보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 전문가위 위원장인 성일종(가운데)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한 선관위 결정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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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26일 대선후보 선출의 최종 관문인 본경선 국민 여론조사 문항을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1대 1 가상대결을 전제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단 한 차례 묻는 방식이다. 주자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인데, 홍준표 의원이 주장해온 ‘4지선다형’에 가깝다. 그렇다고 홍 의원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각 캠프는 확정된 여론조사 문항이 득표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며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尹·洪 절충, "양자대결 반영한 4지선다형"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 전문가위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만장일치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례에 따라 세부 문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상대결을 전제로 질문하고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이라고 성 의원은 설명했다. 또 “다수 의견을 수렴해 이의 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번복 가능성을 일축했다.

예시로 거론되는 질문은 이런 식이다. “이재명과 원희룡, 이재명과 유승민, 이재명과 윤석열, 이재명과 홍준표 후보(가나다 순)가 대결한다. 이 중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1번 원희룡, 2번 유승민, 3번 윤석열, 4번 홍준표 중 고르시오.” 응답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선호한 가상 양자대결을 염두에 두고,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요구한 4지선다형 질문 한 개에만 답하면 된다.

누가 유리?... 여론 추이·당심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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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25일 KBS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 후보 합동토론회 시작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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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당원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50%씩 반영해 내달 5일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그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입장이 갈렸던 건 핵심 승부처를 다르게 봐서다. 당원투표 우위를 자신하는 윤 전 총장은 가상 양자대결 방법으로 여론조사 변별력을 낮추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격차를 벌려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우열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4지선다형을 주장했다.

일견 홍 의원이 ‘최대 수혜자’처럼 비치지만, 선거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가장 최근 조사에서 홍 의원이 대(對)이재명 가상대결과 다자 적합도 조사에서 모두 윤 전 총장에 앞섰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여론조사 문항을 어떻게 정하는지는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라고 해석했다.

윤 전 총장이 꼭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남은 기간 여론이 계속 출렁일 가능성이 큰 데다, ‘믿을 구석’인 당원투표가 있어서다. 윤 전 총장 지지세가 강한 50대 이상, 영남권 출신 당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여론조사의 불리함을 얼마든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겉으론 모두 "수용", 뒤에선 불만 여전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홍 의원은 “전혀 이의가 없다”고 했고, 윤 전 총장 캠프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캠프도 신보라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당 선관위 결정을 받아들이고 남은 기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당원만 보고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결국 홍 의원이 주장한 4지선다형 질문”이라며 “민주당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역선택 우려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캠프도 ‘변형된 4지선다형’이라는 점에서 당원투표와의 등가성을 해친 편법이라고 반발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깔끔한 4지선다형으로 갔어야 했는데 사족이 붙었다”면서 “질문이 너무 길어 중도 유권자들의 수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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