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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韓엔 박근혜 있는데…日엔 왜 아직 여성지도자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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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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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회/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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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여성 정치 후진국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9월 기준 중의원 중 여성 비율은 9.9%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25.5%)이나 한국(19%)의 여성 의원 비율에 한참 못 미친다. 각 정당에 남녀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맞추도록 한 '후보자 남녀 균등법'이 시행된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중의원 선거(총선)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 후보자의 비율은 17.5%로, 오히려 2017년 총선(17.7%) 때보다 떨어졌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전문가를 인용해 일본과 유사하게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의 영향을 받는 한국, 대만의 정치 상황과 비교하며 자국에서 여성 정치인이 늘지 않는 배경을 분석했다.

한국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만은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되면서 첫 여성 정치 지도자가 탄생했다. 일본에서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결과적으로 남성 후보였던 기시다 후미오가 승리했다. 여성 후보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과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1차 투표에서 각각 3, 4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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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사진=머니투데이DB,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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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영 일본 오차노미즈여대 교수는 여성 정치 지도자를 배출한 한국과 대만, 그렇지 못한 일본의 차이가 '역사'에서 온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국과 대만은 1980년대에 독재 체제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뤘다. 이후 각 당은 선거 때마다 여성 후보를 내세워 유권자에게 새로움을 어필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경우 당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여성단체는 '여성 정치 참여 없이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선거 제도가 개혁되면서 여성 의원을 늘리기 위한 제도가 확충됐고 이는 민주화의 흐름을 잘 타서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한국, 대만과 달리 스스로 민주화를 이룬 것이 아니다. 민중의 손으로 정치를 바꿨다는 성공체험이 없어서인지 일상에서 정치를 논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흡한 제도도 일본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정당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고, 여성 후보자를 홀수 순번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대만도 비례대표 여성 후보의 비율을 50%로 할당하고 있으며, 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권고가 아닌 의무 사항이다. 반면 2018년 제정된 일본의 후보자 남녀 균등법은 의무가 아니라 '노력'하도록 하고 있다. 법을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본의 정치 환경이 사실상 '자민당 일당 집권'이라는 폐쇄적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도 여성의 설 자리를 좁게 만들고 있다. 자민당은 1955년 출범한 후 60년 넘게 정권을 잡고 있다.(중간에 3년 제외) 한국과 대만에서는 거대 양당의 정권교체가 반복돼 왔다.

한편 신 교수는 여성의 정치 진출이 더 활성화해야 하지만, 여성 정치 지도자가 상징적인 존재에만 그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여성이라는 주제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 장관도 늘지 않았다"며 "유권자들은 단순히 후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지지하는 것이 아닌 그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정책을 시행할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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