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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위생 논란’ 던킨, 점주가 무슨 죄…손해배상 조항은 쏙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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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위법에 의한 손해 배상 조항

일부 가맹계약서에 미포함 확인

2019년 시행된 가맹사업법 위반

점주 “논란 뒤 매출 50% 줄기도”


한겨레

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앞에서 열린 ‘SPC 던킨도너츠 식품위생법 위반 고발’ 기자회견에서 대책위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왼쪽)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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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공장 위생 불량에 따른 식품안전법 위반사항이 적발된 던킨도너츠가 일부 가맹점과 체결한 가맹계약서에 ‘가맹본부(본사)의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 관련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이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복수의 ‘던킨도너츠 가맹계약서’를 보면, 가맹사업법이 가맹계약서에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한 내용 일부가 빠져 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원의 위법행위 또는 가맹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는 등 사회상규에 반하는 행위로 인하여 가맹점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에 관한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2018년 10월 법 개정 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오너 또는 그 가족이 성희롱 등 논란에 휘말리면서 불매 운동으로 이어져 가맹점주까지 피해 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생겼다. 이 법률이 2019년 1월1일부터 시행됐으므로, 이 시점 이후에 체결한 가맹계약서에는 해당 조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겨레>가 2019년 1월1일 이후 체결된 복수의 던킨도너츠 가맹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에스피씨(SPC) 계열사로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쪽은 “2019년 1월1일부터 해당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었으나, 실무자의 실수로 2019년 10월18일부터 지난해 9월21일까지 체결한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누락됐다. 현재 체결되는 가맹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있고, 모든 가맹점에 적용되고 있다”며 “공정위 등 유관기관에 확인해보고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가맹계약서 필수기재사항으로 규정된 것이 기재되지 않은 계약서는 공정위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한겨레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도넛 제조시설 위생상황. 영상은 2021년 7월28일 촬영된 것이라고 공익신고자는 밝혔다. 공익신고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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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던킨도너츠 안양공장의 위생 불량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나머지 공장들을 불시 점검했다. 안양공장을 포함해 5곳 모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소재지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할 것을 통보했다. 가맹본부의 ‘위법행위’가 발생한 이상 가맹점주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 비알코리아는 가맹점주들이 팔지 못하고 남은 물품의 ‘폐기 비용’을 지원하거나,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판매하는 일부 품목의 가격을 할인해주고, 원래 가맹본부와 점주가 함께 부담하던 프로모션 행사 비용을 가맹본부가 부담하는 등의 ‘상생안’만 내놨다.

<한겨레>와 만난 가맹점주들은 “위생논란 이후 한달 가까운 시간동안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는데 이 상생안은 실질적인 손해배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가맹점주 ㄱ씨는 “매출이 줄어 주문량 역시 줄었는데, 팔고 남은 물건의 폐기 비용을 지원한다고 해서 점주 입장에서 크게 도움되는 것이 없다”며 “도넛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데 본사는 그냥 ‘더 많이 팔라’는 수준의 정책만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점주 ㄹ씨도 “가맹점주에게 점포에 사과문 한장 붙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본사의 책임 있는 사람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 15일 도세호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가맹점주들에게 나눠줬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손해배상은 손실을 ‘전보’하는 개념이어야지, 폐기 비용·프로모션 지원이나 물품대금 할인은 시혜적인 ‘지원’에 해당해 손해배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비알코리아 쪽에 향후 손해배상 계획을 여러 차례 물었으나, 비알코리아는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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