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기업 편법 빚보증 늘자…팔 걷은 공정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법망의 미비한 지점을 파고든 대기업 계열사 간 '꼼수 채무보증' 행위에 칼을 빼 들었다.

총수익스왑(TSR)과 같은 파생금융상품 거래, 자금보충약정 등 형태로 법에서 금지하는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우회해 실행한 경우를 대상으로 한다. 내년 초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채무보증 금지 제도는 계열사 간 '빚 보증' 남발로 대기업 전체가 동반 부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만든 규정이다.

26일 공정위는 2021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0곳의 채무보증 현황과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을 가리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대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제한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제한 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제한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5월 1일 기준 이들 대기업의 채무보증액은 총 8개 집단, 1조158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개 집단, 864억원에 비해 1조724억원(약 1242%) 증가한 숫자다. 올해 들어 셀트리온·넷마블·호반건설·SM 등 4개 집단이 새롭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편입하면서 총 1조901억원의 채무보증액이 추가됐다. 이들을 제외하면 채무보증액은 감소세가 이어졌다. SK·GS·두산·KCC 등 4개 집단 채무보증액이 177억원 감소한 687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지정 집단들의 채무보증액도 법 적용을 유예하는 2년 이내에 모두 해소될 전망이다. 넷마블은 지난 9월 채무보증액 62억원을 전액 해소했고, 셀트리온(3153억원)은 내년 상반기, 호반건설(3513억원)과 SM(4172억원)은 2023년 1~2분기까지 전액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공정위에 제출했다.

문제는 법 규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채무보증을 하는 사례가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은 국내 금융사에 계열사 간 여신 보증을 서는 것만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기업들이 자금보충약정, TRS 등 채무보증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거래 방식을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사례로는 효성이 거론된다. 효성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를 부당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인 효성투자개발을 동원해 TRS 거래를 한 혐의로 공정위에서 제재를 받았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2012년 실태조사를 했을 때도 35개 집단에 약 21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위는 카카오와 농협 소속 금융·보험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16건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카카오의 사실상 지배회사인 금융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 계열사인 카카오에 의결권을 행사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현장 조사를 펼쳤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11개 금융·보험사는 18개 비금융 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총 107건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37건은 공정거래법상 예외 규정, 54건은 자본시장법 또는 농업협동조합법 등 다른 법에 따라 예외가 허용된 적법한 의결권 행사였다.

■ <용어 설명>

▷자금보충약정 : A사가 금융사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상환 능력이 감소하는 경우 B사가 출자·대차 방식으로 A사의 상환 자금을 보충해주기로 약정하는 것. A사의 채무 상환이 불가능할 때 B사가 빚을 갚을 자금을 지원해주는 형태가 돼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TRS(Total Return Swap) : 거래 당사자가 계약 기간 내에 기초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총수익을 상호 교환하는 파생상품. A계열사가 전환사채(CB)·교환사채(EB)를 발행해 금융사(투자자)에 차입을 할 때 이 채권을 기초로 B계열사가 금융사와 TRS를 체결할 수 있다. 원리금에 비해 해당 채권의 매각 가격이 떨어질 경우 B계열사가 차액을 대신 정산해주기 때문에 채무보증과 유사한 효과가 발생한다.

[백상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