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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범죄와의 전쟁, 천당 아래 분당 그리고 비자금...노태우 정권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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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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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왔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은 1989년 교황 요한바오로2세 방한 당시 발언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1.10.26.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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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로 26일 별세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88년부터 5년 간의 재임 기간 동안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범죄와의 전쟁,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건설, 인천국제공항 건설 추진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전력과 대통령 퇴임 후 밝혀진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이런 성과들의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올림픽 개최부터 신도시 건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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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노태우 전 대통령이 26일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왔다.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에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눈을 감았다. 사진은 1991년 노태우 대통령이 UN헌장 의무수락 선언서에 서명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1.10.26.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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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소탕해나갈 것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룬 대표적 성과로 민생치안 확보가 꼽힌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1990년 10월 '10·13 특별선언'을 통해 시작한 '범죄와의 전쟁'이다. 이를 통해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절도·폭력·성폭행) 발생률과 폭력조직 단체 활동이 대폭 줄었다. 당국은 범죄와의 전쟁이 진행된 2년 동안 274개 폭력조직을 색출, 1421명을 검거했으며 1086명을 구속했다.

노 전 대통령의 경제·외교 분야 성과로는 88 서울올림픽 개최와 분당 등 1기 신도시 건설, 남북한 유엔(UN) 동시 가입 등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88올림픽의 경제성 평가와 효과분석'을 보면 16일간 개최된 88서울올림픽 때 290만명 관람객이 찾았고, 고용유발 효과는 34만명에 달했다. 생산유발효과는 4조7000억원, 부가가치효과는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4653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P)은 올림픽 개최 이듬해 5000달러를 돌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하게 투자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1990년 6월 노태우 정부는 김포공항을 대신할 인천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바다를 메워 공항을 짓는다는 계획에 많은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현재 인천국제공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으로 인정받는다. 이와 함께 △경부고속철도(KTX) △서울지하철 5~8호선 △서해안 고속도로 등의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도 노 전 대통령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88년 저달러, 저유가, 저금리 3저 현상으로 풍부해진 유동자금과 급증한 주택 수요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노 전 대통령은 경기도 평촌과 산본에서부터 시작해 분당, 중동, 일산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추진해 5년 동안 대도시를 건설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우리나라 주택의 약 40%인 272만 호를 공급하며 주택 가격 안정에 기여했다. 건설교통부는 2002년 당시 "주택이 공급되기 시작한 1991년을 고비로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했다"고 설명했다.

외교 분야에선 과감한 대(對) 공산권 북방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1990년 6월 한국과 소비에트연방(소련) 간 정상회담이 열렸고, 10월 소련과의 국교가 수립됐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와 국교를 재개했다. 또 1992년 8월에는 중국과 국교를 맺었다.

노태우 정부는 남북한 UN 동시가입을 위해 북한을 설득했다. 1991년 제46차 UN 총회 개막 첫날에 한국은 161번째, 북한은 160번째 UN의 회원국이 됐다.


퇴임 후 드러난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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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6일 오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될 예정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취재진이 몰려있다.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날 지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집권 민정당(민주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6·29 선언'을 발표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인 뒤 그해 12월 13대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 직선제 도입 후 첫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조문은 내일부터 가능하다. 2021.10.2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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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비자금 사건'이 밝혀지면서 재임 기간 경제·사회·외교·스포츠 등 분야에서 이룬 성과가 빛이 바랬다.

비자금 사건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5년 10월 19일 당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개설한 은행 차명계좌를 제시하며 "시중은행 40개 계좌에 100억원씩 총 4000억원의 비자금이 예치돼 있다"고 밝혔다.

이후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장이 해당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10월 27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재임 기간에 통치자금이 필요해 기업 성금으로 5000억원 정도를 모았다"며 "1700억원 가량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수사에 속도를 냈고, 이현우 전 경호실장과 35개 대기업 총수를 연이어 소환했다. 수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은 정책 건의 등을 듣는다는 명분으로 기업인과 만나 금품 제공을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포괄적 의미의 뇌물죄가 적용돼 1995년 11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조성과 12·12 주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등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7년형, 추징금 2600억여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1997년 12월 노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노 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따라붙는 꼬리표다.

1998년 노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현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고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현 SK 회장이 결혼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SK와 '사돈의 연'을 맺는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한국이동통신을 민영화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때 선경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자 선경은 사업자 선정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선경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인 1994년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인수하고, 1999년 신세기통신까지 인수하면서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가 됐다. SK텔레콤은 지금도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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