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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택리지 속 ‘조선 염전’ 분석…16∼18세기 서해안 60cm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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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자원연 전북 고창 곰소만 염전 분석

“1700년대 그린란드빙하 해빙 원인 추정”

서해안 수심 얕아 해수면 변동에 민감해


한겨레

1872년 지방지도에 나온 곰소만 해역. 역사지도에는 수심이 거의 언급돼 있지 않으나 지방지도에는 곰소만의 수심과 지형을 보여준다. 곰소만 줄포항 앞바다의 깊이는 21척(4.37m)이었다(하얀색 동그라미). 조선시대 척은 길이가 0.208m에 해당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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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해수면이 과거 16∼18세기 동안 0.6m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그린란드빙하가 녹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서해안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민감함을 보여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남욱현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26일 “조선시대 소금 생산 지역과 수송 경로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니, 1500년대 초반에서 1700년대 중반에 걸쳐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해수면이 낮아졌다가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에는 경북대, 카이스트, 인하대, 미국 터프츠대 등의 연구진이 공동 참여했다. 연구 논문은 해양지질학 분야 국제학술지 <마린 지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DOI : 10.1016/j.margeo.2021.106647)

우리나라 전통소금인 자염(바닷물의 염도를 높인 뒤 끓여 만드는 소금)은 갯벌의 염전에서 생산했다. 염전의 대부분은 밀물이 들어오는 끝자락에 있었다. 남욱현 연구팀은 여기에 착안해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지봉유설(1614년), 택리지(1751년), 지방지도(1872년) 등 고문헌에 나와 있는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염전 일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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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의 눈덮인 곰소만. <한겨레> 자료사진(전북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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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장에서 곰소만으로 흘러드는 갈곡천 하류의 시추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 갯벌 흙이 공기 중에 노출돼 만들어진 고토양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고토양은 퇴적암에 남아있는 옛 지질 시대에 생성된 토양으로 과거에 조사 지역이 지표면이었음을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토양 등 시추한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1530년 무렵에는 염전 위치가 해안에서 800m 떨어져 있었으며, 바닷물이 밀물로 가장 높아졌을 때의 수위 곧 만조선 높이가 1.6m 정도라는 것으로 알아냈다. 특히 220년이 지난 1750년 즈음에는 만조선이 2.2m로 약 0.6m 높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6∼18세기 서해안은 자연적 요소에 의해 해마다 해수면이 1.3∼1.4㎜ 정도 높아진 셈이다. 우리나라 서해안의 평균 해수면 높이는 지난 30년 동안 지구온난화 등 인위적 영향으로 해마다 1.31㎜씩 높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곰소만 해역에 대한 기록과 자료는 한반도가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해수면 변동에 특히 민감하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서해안 갯벌은 넓고 편평하게 발달해 해수면 높이가 조금만 변하더라도 해안선 변화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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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조사지역인 전북 고창군 곰소만 해역의 1530년에서 1750년 사이 염전의 위치가 800m 가량 변동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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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한반도의 해수면 상승이 소빙기 말(1850년 무렵)보다 더 일찍 시작됐다고 유추했다. 특히 1700년대 초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추정했다.

남욱현 책임연구원은 “우리 조상들이 택리지 등 고문헌에서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소개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주거의 이동 경로 등을 나타내주는 귀중한 연구자료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서해안에서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후속 연구를 통해 미래의 해수면 변동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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