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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병원서 추락했는데, 응급실 아닌 정신병동 이송”… 중학생 친구의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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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치료 도중 추락해 숨진 중학생의 친구가 올린 청원./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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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학생이 건물 4층에서 추락한 뒤 숨진 사건과 관련, 고인의 친구가 병원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2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1시쯤 인천시 서구 모 대학병원 건물 4층 휴게공간에서 중학교 2학년생 A(14)군이 지상으로 추락했다. A군은 이 사고로 다리 등을 크게 다쳐 치료를 받기 위해 정신과 병동에서 대기하다가 숨졌다.

우울증으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A군은 사고 당시 병원 측의 허락을 받고 휴게공간에서 산책하다가 추락했다. 경찰은 병원 CCTV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 측은 심한 우울증으로 과거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는 A군을 병원 측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A군이 추락한 뒤에도 병원 의료진은 응급실에서 치료하지 않고 정신병동으로 데리고 가 1∼2시간 방치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모 대학병원에서 아무 조치 못하고 세상을 떠난 친구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친한 친구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원래 몸이 안 좋은 친구였다”며 “하지만 그걸 견뎌내고 퇴원해 23일에 저와 만나 놀려고 했는데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리가 심하게 다친 것 외엔 외부에 외상이 없어서 응급실이 아닌 정신 병동으로 이송됐다”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정신 병동에서 1~2시간째 수술 들어가기를 기다리다가 좋은 곳으로 떠났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떤 심정으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거냐”며 “조금만 빨리 조치를 취했더라면 친구가 제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병원 측은 A군이 추락 후 발견됐을 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외상은 발견되지 않아 일단 정신병동으로 옮겼고 검사 절차를 진행해 수술을 준비하던 중 숨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병원 내부 CCTV와 병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를 확인하고 병원 측 업무상 과실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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