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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문재인·이재명 회동...역대 대통령·여당 대선 후보 만남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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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 후보 선출 16일 만에 문 대통령 만나
직선제 이후 대통령·여당 후보 회동 다섯 차례
15대까진 여당 후보 선출 날…이후엔 靑에서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참석자들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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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난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 만이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앞서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에서 대통령과 경기지사 자격으로 함께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후보에게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인 이 후보가 공식적으로 언제 회동할지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될지 모르는 정치인의 만남이란 점도 그렇지만, 민주당이 여전히 경선 잡음으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손을 잡았지만 이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회동이 민주당 '원팀 행보'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회동은 이날 발표 전까지만 해도 성사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 후보 측이 앞서 12일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가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확답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28일 유럽 순방을 떠나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후보 선출 이후 한 달 가까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서둘러 당내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고, 날짜 확정이 미뤄질수록 청와대와 이 후보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기에 청와대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다만 "전례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은 정치권이 늘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다. 과거의 만남은 어땠는지 살펴보자.

DJ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에서 만나…수평적 당청 관계로 변화

한국일보

1990년 1월 22일 민정당 총재인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는 청와대에서 전격 회동을 열고 3당 합당과 함께 민주자유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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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마주한 건 1987년 13대 대선 때가 처음이었다. 1987년 6월 10일 민정당 13대 대선 후보로 노태우 후보가 선출된 날,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후보 확정 행사에 참석해 노 후보의 손을 치켜올렸다.

이런 모습은 14대, 15대 대선을 앞두고 재연됐다. 1992년 5월 19일 민자당이 14대 대선 후보로 김영삼 후보를 확정한 날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축하 자리에 참석했다. 5년 뒤인 1997년 7월 21일 이회창 후보가 신한국당 15대 대선에 오른 날 당시 김영삼 대통령 역시 이 후보에게 직접 축하를 건넸다.

한국일보

2002년 12월 23일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현관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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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통령이 여당 대선 후보 선출 현장을 찾은 건 청와대와 여당이 종속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통령이 당 총재로 불린 여당 대표를 겸직했고, 사실상 청와대가 여당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가 대중 앞에서 손을 맞잡은 건 15대 대선이 마지막이었다.

역사상 첫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 5년 뒤에 치러진 16대 대선부터는 이런 풍경을 찾을 수 없었다. 2002년 4월 25일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선 노무현 후보가 여당의 16대 대선 후보에 뽑혔다. 이때부터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가 만나는 장소는 청와대로 바뀌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경선 이틀 뒤인 4월 27일 노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했고, 새천년민주당 지도부가 동행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종속 관계에서 수평 관계로 바뀐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노무현·정동영은 통화만…이명박·박근혜 13일 만에 만나

한국일보

2005년 4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 대화를 나누며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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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뒤 여당 대선 후보를 만나지 않았다. 20년 동안 이어온 정치권의 관례를 깬 것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은 2007년 10월 15일 17대 대선 후보로 정동영 후보를 확정했다. 노 대통령과 정 후보는 만남 대신 전화 통화만 했다. 후보 선출 당일 10여 분으로 통화 시간도 짧았다. 이후로도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는 17대 대선 당일까지 만나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은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감정이 상해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정 후보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이 낮았던 노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차별화 전략을 고수한 점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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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3일 이명박(오른쪽),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합동연설회에 참석, 각각 얼굴을 만지며 연설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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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대선에선 야당이었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며 보수진영으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리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9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를 만났다. 2012년 8월 20일 박 후보가 여당의 18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13일 만에 성사된 만남이었다. 두 사람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처럼 청와대에서 만났다.

그러나 5년 뒤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회동은 또다시 불발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후보는 박근혜 정권과 거리를 뒀다.

선거 중립 논란도 신경써야…靑 "선관위 유권해석 받았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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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에서 보듯 군사정권 시절을 제외하면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은 다섯 차례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가 만나면 여섯 차례로 늘어난다. 청와대가 만남을 '전례'라고 설명한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야당 입장에서 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밀어주는 것이기에 곱게 볼 수 없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앞서 12일 청와대가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만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만 강조하면서 특검에 선을 긋고 이 후보의 면담 요청을 협의하겠다고 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청와대가 이 후보를 살아있는 권력이자 미래 권력으로 인증한 셈"이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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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된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면담을 한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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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야당 시절 대통령과 여당 후보의 만남을 불쾌해했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후보를 만났을 때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 후보의 정책과 공약 사항을 들어줬다"며 "선거 중립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이 제기할 선거 중립 훼손 문제를 의식한 듯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 해석을 받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만남 때와 같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이 후보 간 의제를 미리 조율하지는 않았고, (유권해석에 따라)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 비정치적인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유권해석도 전례를 따른 것으로 강조한 셈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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