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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日 부인하던 역사에 힘 실어" NYT, 김학순할머니 24년만의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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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학순 할머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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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강력한 설명은 일본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부인해오던 역사에 생생한 힘을 실어줬다."

미국 유력 신문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 한 구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고발한 김 할머니는 1997년 12월 폐 질환으로 별세했는데, 24년이나 늦게 실린 '지각 부고 기사'인 셈이다.

NYT는 25일(현지시간)자 지면에서 부고면의 절반을 할애해 김 할머니의 생애와 증언 의미를 대대적으로 보도해, 미국 등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재조명했다.

이번 김 할머니의 부고 기사는 NYT '간과된 여성들'(Overlooked) 시리즈의 일환이다. 신문은 1851년 이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던 주목할 만한 인물의 부고 기사를 실어 늦게나마 그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엔 유관순 열사의 부고 기사를 실어 그를 추모한 바 있다. 1920년 유 열사 사망 9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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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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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8월 14일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던 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김학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겨우 17세이던 자신이 중국의 이른바 위안소로 끌려갔고, 매일 여러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소름끼치게 자세한 증언을 내놨다."

신문은 이렇게 첫 기자회견을 묘사하며 김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피해자라면 수치심 속에 침묵을 지키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 한국 문화에서, 김 할머니의 용기는 세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가증언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98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소 운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 특별보고관이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내가 보고서에 쓴 어떤 것도 김 할머니의 30년 전 직접 증언이 미친 영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기사에 포함됐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김 할머니는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연구도 그의 91년 회견 덕분에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김 할머니가 처음 회견한 8월 14일을 한국이 지난 2018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정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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