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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1조달러 테슬라, 분수령 맞았다···연 200만 대 새 시장과 인플레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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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5일(현지 시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12% 급등하면서 주당 1,000달러,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테슬라에 대한 불안, 우려에도 결국 주가상승을 이뤄냈는데요.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900달러에서 1,200달러로 크게 올리고 렌터카 업체 허츠가 10만 대 주문을 하기로 하면서 나온 결과입니다.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주가도 주가지만 렌터카 시장 진입에 의미를 두고 있는데요. 오늘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급변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테슬라의 상황과 하이퍼 인플레이션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테슬라의 기술 같은 전문적 부분보다는 시장 분위기를 중심으로 말씀드립니다.

지난해 테슬라 생산량의 20% 수준…엔터프라이즈·아비스 등도 관심 가질 수밖에 없어
월가에서는 렌터카 업체 허츠의 주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10만 대(42억 달러 상당)라는 숫자도 숫자지만 이것이 경쟁업체들의 전기차 도입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에서 가장 큰 렌터카 업체 ‘빅3’가 엔터프라이즈와 허츠, 아비스 등입니다. 이중 허츠가 전기차를 본격 도입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엔터프라이즈와 아비스도 앞으로 시점이 문제일뿐 전기차 대량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단순 10만 대가 아닌 것이죠.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1년에 미국 렌터카 업계에서 새로 구매하는 차가 대략 150~200만 대 정도된다고 합니다. 지난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중단, 이후 반도체 칩 부족사태에 2019년의 절반도 안 되는 80만 대를 사들이는 데 그쳤지만 이는 경제활동 재개에 곧 회복될 수치입니다. 테슬라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웨드 부시의 매니징 디렉터 댄 아이브스는 “전기차 업체 입장에서는 렌터카 업체들은 항상 대규모 주문을 하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었던 영역이었다”며 “테슬라에 200만 대 시장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던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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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보면 테슬라를 비롯해 전기차 업체의 제한적인 생산능력 때문에 렌터카는 버린 시장이었지만 이것이 이제 주요 매출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죠. 그 전에는 전기차가 주로 작은 세단이 많아 대형 SUV나 RV 같은 수요를 맞출 수 없었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모델도 다양화하면서 걸림돌이 많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조나단 스모크 콕스 오토모티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허츠의 주문은 테슬라가 대량 주문을 소화할 수 있다는 확실한 신호”라고 전했는데요.

여기에는 텍사스 오스틴 공장의 생산량 증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의 지난해 판매량은 대략 50만 대 수준으로 올해는 약 90만 대 정도를 팔 수 있을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140만 대까지 출하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기차 확대전략을 고려하면 다른 렌터카 업체들도 허츠의 뒤를 이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서도 기후변화 대응이 큰 이슈인데요. 렌터카 업체에 기후변화 대응과 ESG 경영을 요구한다면 전기차 구매와 운용이 대안이 될 수 있겠죠. 아직 엔터프라이즈와 아비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합니다만 다른 업체들의 전기차 구매대열 동참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렌터카 시장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처럼 대규모 법인수요가 증가하면 테슬라의 매출도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는 기존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시장 경쟁을 가속화하지만 테슬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배터리 관련 기술과 이미지, 브랜드 등을 높게 칩니다.



“분수령 맞은 테슬라, 목표주가 1,100~1,200달러···테슬라 이제 시작. 성장 초기 단계”

이번엔 주가를 보죠. 앞서 인용한 댄 아이브스, 테슬라에 관심 있는 분들이면 모두 아실텐데 이 사람이 이날 CNBC에 출연했습니다. 진행자가 그의 테슬라 강세론은 이번에도 선견진명이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고 소개했는데요. 그는 테슬라의 목표 주가로 1,100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이브스는 “지금은 테슬라에 있어 분수령이다. 시총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며 “허츠와의 거래는 수십 만 대의 대규모 차량을 인도한다는 측면에서 티핑 포인트”아고 헀는데요. 그러면서 “지금은 매우 초기 단계(early inning)다. 우리는 5조 달러짜리 시장을 본다. 테슬라는 이제 막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서는 주식이나 시장을 얘기할 때 야구에 빗대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 이닝이라는 것은 앞으로 성장할 날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 될 겁니다.

잠깐 옆길로 나와 설명을 드리면 아이브스는 지난해 테슬라 거품 얘기가 나올 때 지속적으로 강세론에 섰던 인물입니다. 이달 초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전체적인 시장 방향에 대한 우려가 나올 때도 “지금은 어려움을 헤쳐나갈 시간이며 우리는 연말까지 기술주가 10% 이상 더 오를 것으로 본다”며 “클라우드와 사이버보안, 몇 개의 빅테크 즉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그것”이라고 했었는데요. 아이브스의 말은 맹신해서는 안 되지만 그의 얘기를 유심히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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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생각은 그만 하는 게 아닙니다. 이날 테슬라 주가를 띄우는 데 일조한 모건스탠리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아담 조나스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테슬라의 제조 리더십과 더 높은 성장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의 새 주가 전망치 1,200달러를 두고서도 보수적인 판매량 예측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테슬라가 12% 넘게 폭등하면서 1,024.86달러에 마감했지만 앞으로도 17%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죠. 판매량이 늘면 늘수록 서비스 관련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입니다.

특히 그도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대표처럼 테슬라가 경쟁업체 대비 독보적이라는 얘기를 하는데요.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가 자동차 디자인과 제조 분야에서 획기적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을 시장이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에 있는 특별한 업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바로 이 부분에서 테슬라와 인플레이션 사이의 연결고리가 또 만들어진다는 점인데요. 캐시 우드 대표 관련 내용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리면서 수차례 말씀드렸던 내용인데, 그가 테슬라에 대해 장기적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바로 혁신에 따른 가격인하를 테슬라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근거입니다. 기술과 디자인의 강점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 상대적 우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말인데요. 캐시 우드의 평소 지론과도 같습니다.



테슬라발 디플레 당장은 어려워···하지만 하이퍼 인플레도 없다

하지만 당장의 상황은 조금 달라보입니다. 얼마 전 테슬라가 주가 900달러를 회복한 후 ‘모델X’와 ‘모델Y’ 등 주요 모델의 가격을 2,000~5,000달러 인상했지요. 모델X 롱레인지는 10만4,990달러가 됐고 모델S 롱레인지는 9만4,990달러로 각각 5,000달러씩 뛰었습니다.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3 스탠더드 레인지 플러스도 2,000달러씩 가격이 올랐는데요.

장기로 보면 기술 혁신에 따른 배터리 가격하락과 대량생산에 따른 비용절감 요소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난과 수요 폭등에 가격이 상승하는 겁니다. 1년 전 대비로 보면 테슬라 물가는 명확히 상승했습니다. 실제 테슬라는 수요가 10% 더 많은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인플레 논쟁에서 반대쪽에 서 있는 ‘디플레이션파’의 기술혁신 얘기도 단기적 상황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노동공급 감소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내일 당장 사람을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인플레는 내년과 내후년 초가 핵심입니다. 내년에도 상당 부분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연준이 버틸 수 없는 정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물론 연준은 공급문제가 해결되고 있는데, 금리를 올려 경기둔화나 침체를 유발하는 최악의 수를 걱정하지만 여론의 질타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 물가와 관련해서는 연준의 전망이 그동안 틀려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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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밀컨 글로벌 컨퍼런스에서도 그랬고 이날 시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인데 물가상승률이 두자릿수에 이르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는 게 월가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앞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며 “그것은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내 생각엔 그가 너무 멀리 갔다. 그가 나이지리아의 16% 물가상승을 예로 들었다면 모르겠는데 우리는 두자릿수 인플레가 오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예측보다 더 길고 높은 물가상승이 오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장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도 3.5%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를 점쳤지만 8~9%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3.5%도 연준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죠. 인플레가 시장을 뒤흔들 주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한 전망에 흔들려서도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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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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