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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히스테리냐" 결혼한 남성들까지 비판…'설거지론'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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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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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


"한국 여자와 하는 결혼은 마지막에 한 남자가 설거지하는 것"

"설거지론은 도태남(도태된 남성)의 집단 히스테리"

최근 '설거지론'이라는 담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설거지론은 연애 경험이 없거나 적지만 경제조건이 좋은 남성이 젊은 시절 여러 남성을 만난 여성과 결혼해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남이 먹었던 음식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비유다.

2030세대 미혼 남성을 중심으로 성평등, 경제력 격차 심화 등의 사회 변화와 맞물려 연애·결혼에 대한 박탈감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의 처녀성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고 설거지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담았다는 점에서 여성혐오적 시각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분석한 결과, 설거지론에 대한 정의와 그에 대한 분석을 담은 글이 지난 주말을 거치며 대두됐다. 특히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MLB파크 등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글이 공유되며 논쟁이 활발하다.

설거지론은 과거에도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기돼온 담론이었으나 최근 관련 글과 이에 대한 토론에 불이 붙었다. 설거지도 이미 은어로 쓰였던 표현이다. 주식 투자자 사이에 쓰이는 은어로의 설거지는 기관, 외국인, 작전세력이 충분히 수익을 낸 주식을 개인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의미다.

설거지론을 설파하는 남성들은 자유분방한 성적 관계를 가져온 여성이 사랑이 아닌 경제적 풍족을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경우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부부의 관계는 불평등하다고 말한다.

'설거지를 당한' 남성은 평균 이하의 외모로 젊은 시절 연애와 거리를 둔 채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얻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설거지를 시킨' 여성은 젊은 시절 수많은 남성과 놀고, 정작 결혼 상대로 선택한 남성에게는 가족 부양의 '책임'만 떠앉는 존재로 이용한다는 것.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들은 반발은 물론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차라리 설거지론이 유행해서 설거지론을 설파하는 남성들 뜻대로 비혼·비출산으로 다 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논쟁 주체는 남녀로 국한되지 않는다. 남성 사이에서도 혼인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 설거지론의 당사자인 일부 기혼 남성을 겨냥한 '퐁퐁남'이라는 말도 나왔다. 주방세제 브랜드인 '퐁퐁'에서 따온 표현이다.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경제권을 빼앗긴 뒤 용돈을 받으며 설거지 등 가사노동까지 부담하지만 부부관계 등은 소원한 남성을 말한다.

기혼 남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설거지론에 공감하며 '설투'(설거지 미투)를 하는 남성들이 있는가 하면, 외모·경제적 조건이 떨어져 연애·결혼을 포기한 '도태남'의 열등감 표출이자 '집단 히스테리'라며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에 대한 억압이 담론에 포함돼 여성혐오적 시각이 다분하다는 점이다. 설거지론은 여성의 처녀성 여부가 쟁점이다. 자유분방하게 놀았어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상관 없다는 시각과 처녀성을 유지 못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섞여있다.

설거지론의 대두는 성별 갈등과 서로에 대한 혐오, 일부 여성들의 행동에 대한 일반화가 섞여 나온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설거지라는 표현 자체가 여성 혐오를 기저에 깔고 있다"며 "많은 여성이 그랬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나는 그렇지 않다(설거지를 당한 남성이 아니다)'는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초 여초 모두 동질한 성격을 공유하는 집단인데 그들이 가진 논리를 재생산하면서 본인들이 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한 행태로도 분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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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설거지론 알고리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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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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