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묶어서 싸게쓰는 '결합상품'의 그늘…KT 유·무선 다 썼더니 '통신 고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KT 통신대란]스마트폰-인터넷 '결합상품' 이용자…"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KT '가족결합' 이용자 "온 가족이 전멸했다"

뉴스1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먹통' 사태는 약 30분간 지속된 뒤 일부 정상화돼 KT 아현 사태 때보다 시간은 짧았지만, 범위가 전국이었다. KT에서는 오전에는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했으나 오후 들어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정정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콘텐츠 제작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다 "해당 페이지를 열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인터넷 접속이 막혔다. 노트북에 연결된 '와이파이'를 종료하고 '셀룰러 데이터'로 연결했지만, 문제는 그대로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인터넷 접속 장애로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불가능해 보이자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사무실 보안용 KT텔레캅도 '먹통'이 돼 사무실 문도 잠기지 않았다. 결국 일부 직원들끼리 향한 식당 앞에는 '카드 결제'가 막혀 하염없이 정상화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이 '먹통' 되는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스마트폰부터 인터넷까지 하나의 통신사로 연결하는 '결합상품'을 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인터넷, 심지어는 사무실 보안장치와 카드 결제까지 막히면서 그야말로 '통신 고아'가 된 것이다.

뉴스1

25일 오전 11시30분쯤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는 장애가 발생해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먹통' 사태는 약 30분간 지속된 뒤 일부 정상화돼 KT 아현 사태 때보다 시간은 짧았지만, 범위가 전국이었다. KT에서는 오전에는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했으나 오후 들어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정정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지사. 2021.10.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11시57분쯤까지 37분 정도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는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당초 KT측은 네트워크 장애 원인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봤지만 이후 내부에서 조사를 진행한 뒤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원인을 정정했다.

KT 인터넷망은 접속은 40여분 후 정상화됐지만, 그 여파는 상당했다. 직장인들은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중단됐다. 자영업자는 '카드 결제'에 실패했으며, 심지어 주식시장도 멈춰섰다. 일상이 멈춰버린 셈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시민은 KT가 제공하는 '결합상품'을 쓰고 있는 시민들이다. 통신사들은 자사의 휴대폰, 인터넷, 인터넷 전화, 인터넷 TV를 묶어 결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개별 상품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통신사 결합상품들 이용자들 사이에선 또다시 '통신 고아'가 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사 '교차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집 인터넷까지 묶는 'KT 결합상품'을 이용 중인 직장인 김민주씨(30)는 "재택 근무 중 컴퓨터 인터넷 접속이 중단됐는데, 휴대폰까지 먹통이 돼 주변에 지금 상황을 알릴 수도 없었다"며 "만약 스마트폰은 KT를 쓴다면, 집 인터넷은 LG유플러스나 SK텔레콤을 쓰는 식으로 통신사 교차선택을 해야 오늘 같은 일을 겪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 가족결합 상품을 사용중인 대학생 이모씨는 "KT 통신사로 가족 결합을 적용해 요금 할인을 받는 우리집은 오늘 전멸을 맛봤다"면서 "인터넷을 저렴하게 쓰기 위해 하나의 통신사로 '결합'하는 방식이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이번 사건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피해 보상과 관련해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KT 측은 "아직 원인 파악을 하고 있는 단계로 손해 배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는 "원인 규명에 따라서 KT가 이용자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