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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불공정 K-방역, 약자 고통 되풀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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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한겨레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서대문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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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K)-방역은 불공정했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방역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겼고, 우리 사회 기득권층의 책임은 덜어주는 대신 자영업자 같은 사회적 약자나 공공병원처럼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기관이 과중한 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래서 케이-방역이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불공정한 케이-방역은 되풀이 될 것 같다 . 정부가 내놓은 단계적 일상 회복 계획에 정부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고 우리 사회 기득권층과 사회적 약자가 방역의 고통을 고르게 나누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릴 계획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 않은 나라에선 자영업자의 영업과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역학조사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찾아내 격리하면 감염이 더 이상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수를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늘리는 대신 거리두기의 단계를 올려왔다 . 하루 확진자 수가 수십 명에 불과하던 지난해나 2천명을 넘나드는 올해나 보건소의 역학조사 인력 수는 비슷하다 .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건소 인력을 늘리는 대신 국민의 사적모임과 자영업자의 영업을 제한하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 정부는 2천~3천억원을 투입해 보건소 인력을 늘리면 될 일을 20조 ~30조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피해가 발생하는 거리두기를 해 온 것이다.

보건소 역학조사 인력을 2천~3천명 늘리면 하루 확진자 수가 5천~7천명이 발생해도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하다. 정부가 보건소 인력을 늘리지 않은 채로 거리두기를 완화하면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통제하기 위해 다시 거리두기로 회귀하거나 백신 패스를 크게 강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둘째, 의료인력과 병상을 늘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없다 . 우리나라의 병상 수는 미국이나 유럽에 견줘 2배 넘게 많지만, 이들에 견줘 수십 분의 일에 불과한 코로나 19 확진자만 생겨도 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강력한 거리두기를 해야 했다. 우리 국민이 얼마 되지 않는 확진자에도 가족과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자영업자가 문을 닫아야 했던 진짜 이유는 정부가 민간병원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손쉬운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은 1.5배, 일반병실은 2배 늘려야 한다. 이 정도까지 늘려도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

이제까지 정부는 확진자가 늘어나면 그때그때 병원에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할 병상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병원들이 병상만 내놓고 인력을 확충하지 않아 정작 병상은 있는데 환자는 못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3차 유행 이후 정부가 코로나 19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환자 진료비 이외에 3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주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상응하는 코로나19 환자 진료책임을 병원에 요구하는 것이 맞다. 코로나19 감염병 센터를 지정하고 병상뿐만 아니라 인력과 장비, 진료체계를 정비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수십 분에 일에 불과한 확진자에도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시 거리두기로 회귀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셋째, 코로나 19 방역 과정에서 노인과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이 죽는 초과사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없다. 초과사망이란 과거 3~5년 동안의 사망자 수에 견주어 늘어난 사망자 수를 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 19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초과사망이 코로나 19 사망자 수의 4배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노인과 저소득층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21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공병원이 대부분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75%의 환자를 진료하고 90%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이 25%의 환자밖에 보지 않고 있다. 공공병원에서 쫓겨난 저소득층과 노인 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 19 환자 진료를 꺼려하는 민간병원을 동원하려다 갈등을 빚는 대신 공공병원에 코로나 19 환자진료를 떠넘기는 손쉬운 선택을 한 결과다. 이제는 공공병원의 코로나 19 환자 진료를 조금씩 줄이면서 공공병원의 진료기능을 복원해야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의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넷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지원도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거리두기는 미국이나 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면서 자영업자에 대한 보상은 이들 국가의 절반 수준밖에 하지 않았다. 손실보상법 제정 이후에 발생한 피해만 보상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21개월 가운데 3분의 1인 7개월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는 셈이 된다. 소급해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 중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손실만 보상하고 사적모임 제한 등으로 인한 손실은 보상하지 않는 것도 부적절하다. 코로나19 와중에 대기업의 수출이 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과 자영업자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을 잘 따른 결과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겨레

김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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