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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권 팔아먹는 입주민 색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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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아파트·오피스텔 “가뜩이나 주차장 모자란데” 난리

월 12만원, 한 시간에 1000원… 중고거래 사이트로 거래 잇따라

주민 전수조사해 ‘범인’ 찾아내, 공동주택 주차권 팔면 고발 대상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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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모(28)씨는 최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본인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주차권이 매물(賣物)로 올라온 것을 봤다. 입주민들에게 지급하는 주차권 13시간어치를 1만5000원에 내놓은 것이다. 시간당 1000원 남짓한 가격이다. 그는 “지하주차장 공간이 60대밖에 안 되는데 등록된 차량은 거의 80대”라며 “주민들도 차 댈 곳이 없어 길가에 대는 판에 외부인한테 주차권을 파는 걸 보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파트 주차권을 누가 당근마켓에 올렸다’는 신고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판매 글에는 ‘역에서 3분 거리, 아주 깨끗하고 주차가 편하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월 12만5000원의 가격이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어쩐지 아침에 들어와 밤에 나가는 차들이 많더라” “차량등록증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 등 불만을 쏟아냈다.

최근 전국 도심의 아파트·오피스텔에서 주차 공간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주차 공간은 부족한데 일부 주민들이 이를 재테크 용도로 외부에 판매하면서 생긴 갈등이다. 워낙 도심 주차 공간이 부족한 데다 주차비도 비싸다 보니, 아파트 주차 공간을 노리는 인근 직장인이나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이 같은 ‘주차권 거래’가 잇따르자, 입주민 대표와 관리사무소가 나서 판매자를 색출(索出)하고 외부 주차 제공 시간을 제한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주민 A씨의 자필 진술서와 사과문, 통장 내역을 전 주민에게 공개했다. A씨는 작년 10월부터 9개월간 중고 거래 앱과 블로그 등을 통해 아파트 주차 공간을 판매했다. 구매자의 차량 번호를 아파트 방문자 명부에 등록해주는 방식으로 총 13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세대 차량을 전수조사 해 결국 A씨를 잡아냈다. 그러곤 통장 입출금 내역까지 확인해 전 세대원에게 공개하고, ‘다신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것이다. 또 사건 재발을 막겠다며, 세대별로 제공하는 외부 차량 주차 허용 시간을 월 200시간에서 100시간으로 줄였다.

이런 갈등이 잇따르면서, 아파트들은 주차장 문을 점점 더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 차량 등록을 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는 기본이고, 회사 차량의 경우 재직증명서까지 요구하는 곳도 많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는 기존에 비밀번호 입력만 하면 열렸던 주차장 출입 방식을 ‘경비원 개별 확인’으로 바꿨다. 외부인이 비밀번호를 번번이 알아내서 쓴다는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경비원이 일일이 확인을 해도 방문객으로 위장한 차량들이 많아 아예 새로운 주차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차 공간인데 좀 팔면 어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이 공동주택의 주차권을 팔면 고발 대상이 될 수 있다. 서울시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따르면, 공동주택 주차장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議決)을 거친 뒤 입주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만 외부에 임대가 가능하다. 설령 임대를 하더라도 개인이 임대 주체가 될 순 없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도 법령에 따라 집행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주택 주차장은 법으로 지정된 공용 시설”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도 개인이 이를 이용해 영리 행위를 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차비가 비싸고, 주차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에겐 아파트·오피스텔 등 대형 주거 단지의 주차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부 주민이 사적으로 공동주택의 주차권을 판매하는 건 도덕적 잘못을 넘어 다른 입주자들이 구상권 또는 손해배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불법행위”라고 했다.

[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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