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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손준성 체포영장 기각됐는데 구속영장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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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 논란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지난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지난 20일 손 검사가 출두를 여러 차례 미뤘다며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손 검사가 소환에 불응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영장이 기각된 피의자에게 조사도 없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법조계 일각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상황에서 공수처가 ‘정치 개입’ 비판을 받을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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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검사는 이날 공수처 검사가 최근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여기엔 ‘대선 후보 경선 일정 등을 고려하여 신속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속한 출석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손 검사는 “야당의 대선 후보 선출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며 “야당 경선에 개입하겠다는 수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의도 때문에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왜 야당 대선 후보 경선 일정까지 고려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면 공수처는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를 내세워 출석을 계속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번 구속영장에서 손 검사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검사가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성명 불상자’에게 시켜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하게 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아직 고발장 작성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MBC가 보도한 이른바 ‘검·언 유착’의 제보자 지모씨의 판결문을 유출한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손준성 보냄’이란 자동 생성 문구가 달린 고발장과, 당시 김 의원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 과정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피의자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 23일 공수처는 손 검사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그 사실을 손 검사 측에 알려주지 않았다. 손 검사 측은 이날(25일) 오후에야 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손 검사 측은 “변호사들이 (선임을) 꺼려서 당초 출석 예정이던 10월 22일 전날 변호인을 선임해 연기를 요청했고, 11월 2일 출석하겠다고 공수처에 밝힌 상태였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런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형해화시키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를 침탈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손 검사와) 10월 초부터 계속 조율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계속 출석을 미뤄왔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도대체 피의자(손 검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어떻게 방어하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며 “‘강제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대상자의 권익 침해 정도가 더 낮은 방법과 절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공수처 사건 사무 규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판사 출신 한 법조인은 “공수처는 ‘내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야당 경선을 앞두고 손 검사를 포토라인에 세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은 (소명의 기회가) 없지만,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손 검사) 본인이 어필할 수 있지 않느냐”며 “그런 관점에서 구속영장으로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도 한 현직 검찰 간부는 “판사에게 소명하기 이전에 검사 앞에서 조사받을 권리를 박탈해 놓고 그게 피해자 입장에서 낫다고 하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황당한 소리”라고 했다.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중앙대 법대 출신인 이 부장판사는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별건 수사에 연루된 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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