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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빈곤율 OECD 4위…'오징어 게임', 한국 사회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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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ECD 37개국 중 상대 빈곤율 4번째로 높아..노인빈곤율은 OECD 평균의 약 3배

'오징어 게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현 정부·곽상도 子 고액 퇴직금 비꼰 패러디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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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한국의 상대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일정 수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6명 중 1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한국의 심각한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풍자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돌풍과 연관돼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OECD 발표에 따르면 2018~2019년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조사 대상인 37개 회원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기준 중위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 국민 100명 중 16.7명이 기준 중위소득의 50%를 못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절대적 빈곤이 최소 생활 수준에 해당하는 소득 수준을 의미하는 반면 상대적 빈곤은 해당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일정한 수준의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 50%는 △1인 가구 91만4000원 △2인 가구는 154만4000원 △3인 가구 199만2000원 △4인 가구 243만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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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주요 37개국 상대적 빈곤율. 사진=OECD 페이스북 캡처


이 발표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코스타리카(20.5%·1위), 미국(17.8%·2위), 이스라엘(16.9%·3위)뿐이다.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OECD 평균인 11.1%보다 5.6%포인트나 높으며, 일본(15.7%), 이탈리아(14.2), 영국(12.4%), 캐나다(11.6%), 프랑스(8.5%) 등 주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핀란드(6.5%)나 덴마크(6.1%), 아이슬란드(4.9%) 등 북유럽 국가과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3.4%(2018년 기준)로 OECD 평균(15.7%)의 약 3배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인구가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다 보니 상대 빈곤층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대적 빈곤율 통계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17일 오징어 게임 열풍에 빠진 한국의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웃돌고 있으며, 지난 2014~2018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800여명 중 다수가 빚에 쪼들려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도 '오징어 게임,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옥 같은 호러 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함께 언급하며 "작품 속 살인 게임이 끔찍하다고 해도, 끝없는 빚에 시달려온 이들의 상황보다 얼마나 더 나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또한 미 외교관들이 국무부에 보고한 '외교전문'을 입수했다면서 "오징어 게임이 한국의 양대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스캔들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매우 계층화한 한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공개한 전문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두고 "내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암울한 경제 상황에 관한 한국 사회의 좌절감을 반영해 묘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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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문재인 게임' 게시글 중 일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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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정치 풍자물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문재인 게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 내 게임은 △증세 △집값 올리기 △사회적 거리두기 △물가인상 등이며, 이를 통과하지 못한 다주택자·무주택자·자영업자·서민은 탈락이다.

또 다른 관련 게시글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작품 속 장면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장면으로 패러디했다. 한 참가자가 "왜 저는 재난지원금이 없느냐"고 묻자, 진행자는 "상위 12%에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참가자가 "그럼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따지자, 진행자는 "대신 자부심을 드리겠다"라고 했다.

이에 화가 난 참가자들이 "이대론 못 살겠다. 다들 들고 일어나 시위하자"고 말하자, 진행자는 "시위도 금지돼있다. 다들 해산하라"고 말하며 시위를 금지한다. 이는 5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과 코로나19로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현재 상황을 풍자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보다 앞서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 A씨의 고액 퇴직금 논란을 비판하는 '오십억 게임' 패러디도 나왔다. 이는 A씨가 지난달 26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면서 생겨났다. A씨는 대장동 개발 특혜사로 지목된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산재 보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 가량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곽 의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다. '화천대유' 라는 게임 속 '말'"이라며 "'말'이었던 제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위에서 시키면 했고, 열과 성을 다했다. 돌이켜 보면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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