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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각 실패' 씨티은행,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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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대출, 펀드 등 신규 가입 중단
기존 고객은 계약 만기까지 이용 가능
소비자 혼란 불가피
한국일보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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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소비자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관련 사업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자체적으로 사업부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적금과 대출 등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의 신규 가입이 중단된다. 단 기존 고객들이 가입한 상품은 계약 만기 전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대출 등 계약 연장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침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 불발에 결국 '청산' 절차 밟기로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씨티은행은 "고용승계를 전제로 이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충분한 검토를 해왔으나,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해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지난 4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공식 발표한 뒤 매각을 위한 작업을 추진해 왔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복수의 금융사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씨티은행의 자산 현황 등에 관한 실사까지 진행하며 매각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씨티은행의 인건비 부담과 노조가 요구해 온 '고용 승계' 등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도 지난 6월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이 당행의 인력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며 고비용 임금 등으로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씨티은행은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은 은행 내 다른 부서 재배치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곧 신규 상품 가입 중단 "기존 계약은 유지"


씨티은행은 조만간 예·적금과 대출, 카드, 펀드 등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 및 서비스의 신규 가입을 중단할 예정이다. 다만 기존 고객의 경우엔 계약 만기나 해지 시점까지 약정된 조건으로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씨티은행 영업점과 자동화기기(ATM), 모바일·인터넷뱅킹 등도 추가 안내 전까지 그대로 이용 가능하다.

가령 대출을 보유한 고객은 원래 만기까지 원리금 납부 및 상환 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씨티은행은 오는 11월 1일부터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대출 상환 및 타행에서 대출 받기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단 대출 연장의 경우 연장 기준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씨티은행 측은 "만기일이 다가온 경우 10월 말 현재 시점에서 연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기준은 추후 고객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인가 등 씨티은행이 최종적으로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이날 씨티은행 노조는 "경영진은 200만 명 이상 고객을 보호하고 소비자금융 소속 2,500명 직원의 고용을 안정시킬 적극적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졸속 청산(단계적 폐지)을 선택했다"며 집단 행동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도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폐지가 금융 소비자에게 미칠 파장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에 사업부 폐지 절차 개시 전 소비자 권익 보호 등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미진할 경우 시정이나 폐지 중단을 명령할 방침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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