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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융지주 배당 제동 걸리나…정부 “퍼펙트 스톰 온다” 속내는 “배당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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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금융지주 관련주는 높은 배당 성향 덕에, 이즈음이면 늘 많은 투자자가 주목한다. 통상 금융지주사 배당률은 연간 5% 안팎이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에는 투자자 실망이 컸다. 금융감독당국이 배당 제한을 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금융감독당국이 배당 제한을 풀어준 덕분에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정도로 상황이 좋았던 금융지주는 반기 배당도 실시했다. 특히 사모펀드 투자 유치 등으로 사정이 대폭 나아진 신한금융지주는 증권가에서 분기 배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이런 와중에 다시 금융감독당국 변수가 대두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퍼펙트 스톰’, 이른바 급격한 경기 하강을 시사했다. 정 위원장 한마디 이후 금융주 배당에 다시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흘러나온다.

매경이코노미

정은보 금감원장은 가계대출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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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어떤 내용 다뤘나

▷정은보 금감원장 “퍼펙트 스톰 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에 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미국에서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고, 헝다그룹 사태 등에 따라 중국 부동산 부문 부실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가계부채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금융감독당국은 각 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부여하고 연말까지 은행별로 대출 총량을 5000억원 선에서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제 때문에 신생 토스뱅크는 출범하자마자 얼마 안 돼 한도를 소진하면서 바로 대출 업무를 중단해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은보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가계 부문 경기 대응 완충자본’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대응 완충자본 제도란 금융 회사가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해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고 대출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수단 중 하나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위험이 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가계부채 규제에도 불구 증가세

▷“막차 타자” 9월에도 전월 대비 늘어

문제는 이 같은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상한을 금융감독당국은 연간 6%로 설정했다. 그런데 NH농협은행은 이미 7월에 7%대 증가율을 보여 한시적으로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럼에도 8~9월 가계대출 증가세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시사하자 일선 현장에서는 ‘대출 막차를 타자’라는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8월 6조1000억원 대비 4000억원이 더 늘었다. 이런 추세면 3분기에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당국 권고 수준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풍선효과’ 탓인지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올해 9월 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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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배당에도 여파

▷금융당국, 완충자본 제도 서두를 듯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상반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계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이 총 여신의 60% 안팎이라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과 거액여신 비중이 커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여신 부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은행도 가계부채를 심각하게 보고 있기는 하다. 한국은행이 각 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4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18로 나타났다. 이 지수(-100~100)가 플러스(+)면 신용 위험이 크다고 답한 금융 회사가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 3분기보다 12포인트 뛰었다.

대출태도지수도 ‘마이너스’대를 보여 대출 심사를 일선에서 더 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계 부문 경기 대응 완충자본’ 제도 도입이 공론화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각 은행이 이 제도를 따르자면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거나 그만큼 자본을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권 예상치에 따르면 은행별로 가계대출에 대해 최대 2.5% 추가 자본(보통주)을 적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각 은행은 당기순이익에서 대손충당금(발생할 수 있을 만한 부실에 대해 미리 돈을 쌓아두는 일)을 더 쌓든가 유상증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배당금액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정부의 중소기업 원리금 상환 유예같이 위험 요인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샴페인을 터트리기는 이르다. 자율 배당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해도 위험 대비를 선제적으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배당은 자유” vs “위기 대비해야”

▷금융사와 충분히 교감하고 정책 집행해야

물론 이런 정부 기조에 부정적인 시각도 뒤따른다.

배당을 기대하던 투자자들은 잇따른 감독당국의 권고안과 같은 ‘보이지 않는 규제’에 경계감을 드러낸다.

한 개인투자자는 “지난해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지만, 말이 권고지 사실상 명령에 가까웠다. 이를 감내하고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올해는 좋은 실적에 따라 배당소득이 생기겠지 기대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자세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퍼펙트 스톰’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표현만으로 사실상 배당을 줄이려 하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경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와의 소통이 아쉽다.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처럼 가계부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여기에 대비해 얼마만큼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쳐야 하는데 ‘일단 위험할 것 같으니 대비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내비치는 것은 현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아니면 소득 1분위(하위 20%)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돈을 갚지 못하는 서민이 늘어나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야 각 금융지주도 주주를 설득할 명분이 생긴다”고 말했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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