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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만나러 군대에 잠입... 조선시대 남장 여자들의 사연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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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KBS 2TV 월화 드라마 <연모>

오마이뉴스

▲ KBS 2TV 드라마 <연모>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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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로 태어난 공주와 왕자의 엇갈린 운명을 다룬 KBS 2TV 월화 드라마 <연모>에서는 공주(박은빈 분)가 죽은 오빠를 대신해 세자 역할을 맡는다. 이 때문에 그 주변에는 항상 긴장감이 감돈다. 세자가 여성임을 알고 있는 소수의 최측근들은 혹시라도 탄로 나지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한다. 이들은 세자가 사람들과 항상 5보 거리를 유지하도록 신경을 쓴다.

지난 19일 방영된 제19회에서는 5보 유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호위무사의 출현으로 인해 극 중에서 잠시 긴장감이 고조된다. 세자 곁에 등장하자마자 궁녀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선망의 대상이 된 호위무사 김가온(최병찬 분)으로 인해 생겨난 돌발 상황이다.

육중한 체격의 홍 내관(고규필 분)은 가녀린 몸매의 김가온에게 "자네도 이제 동궁전 소속이니 규칙 몇 가지는 숙지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네"라며 "첫째, 저하의 곁을 따를 때는 최소 뒤로 5보 물러서서 따라야 하네"라고 한 뒤 자신이 직접 뜀박질로 5보 물러나 보이며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하라'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신입 무사는 충고를 무시해버린다. 한 발자국 될 듯 말 듯 한 지근거리에서 세자를 호위한다. 홍 내관이 "이보게 5보 유지!" 하며 주의를 줘보지만, 아랑곳도 하지 않는다. 결국 몸을 뒤로 확 돌린 세자와 얼굴을 가까이하게 된 그는 "넌 5보 뒤로 물러나라는 내 말이 안 들리는 것이냐?"라는 신경질적인 호통을 들은 뒤에야 뒤로 물러선다.

세자의 불편은 이 정도뿐만이 아니다. 항상 의식적으로 굵직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옷을 갈아입거나 상투를 틀 때도 주변의 이목을 의식해야 한다. 세자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 남자 모습을 지키는 게 그에게는 더 시급한지도 모른다.

여성의 정치적 리더십이 훨씬 잘 수용됐던 한국 고대, 특히 신라 때 같았으면 위와 같은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선덕여왕·진덕여왕·진성여왕 사례에서도 떠올릴 수 있듯이, 쌍둥이로 태어난 왕자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면 쌍둥이 공주가 후계자가 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남장 여인의 존재로 인해 <연모>에서 묘사되는 위와 같은 긴장감은 역사 기록에서 곧잘 발견된다. 드라마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상황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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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드라마 <연모>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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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인 허초희(허난설헌)는 전 의령현감 서유영의 <금계필담>에 따르면, 여덟 살 때부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실력자였다. 그는 당사자들의 확인도 없이 양가 부모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결혼 문화에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자신도 신랑감을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아버지 허엽에게 애원했다. 하지만 애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84년에 성신여대 허미자 교수가 쓴 <허난설헌 연구>에 소개된 일화에 따르면, 딸 초희를 뿌리친 채 노비들과 함께 신랑감 김성립의 집을 방문한 허엽은 그 집 안방에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화들짝 놀라게 되는 일을 경험했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자기를 따라온 남자 노비 하나가 등 뒤에 서는 것이었다. 누군가 싶어 몸을 돌려 노비의 얼굴을 쳐다본 허엽은 경악할 장면을 목격했다. 초희가 남자 노비 복장을 하고 상견례 자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허초희는 그렇게라도 신랑감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는 그 신랑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대로 결혼을 해야 했다. 그로 인해 결혼 생활 내내 불만을 품고 살다가 만 26세에 세상을 떠났다.

허초희처럼 남장 차림으로 남자를 만난 여성이 또 있다. 임진왜란이 끝난 1598년으로부터 몇 년 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우씨 성을 가진 인물이 바로 그다. 우씨는 조선 후기에 나온 위인전인 <국조인물지>와 더불어 위의 <금계필담>에서도 소개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를 잃고 고아로 성장한 우씨는 쾌활하고 입심이 좋았으며 관상도 잘 봤다. <국조인물지>에 따르면 정숙한 분위기도 풍겼다. 좋은 남자를 만나 함께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운 그는 한양으로 떠나게 됐다. 이때 그는 신변상의 안전을 위해 남장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경기도 양주에 이르렀을 때 "몹시 추악하고 미련하며 어리석어" 보이는 남성이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그 얼굴에서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남장 차림을 한 채로 그 남자에게 접근해 헌팅을 시도했다.

상대방 남자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헌팅을 받아들였고 둘은 곧바로 결혼했다. 그 뒤 우씨는 갖은 고생 끝에 한양 사대문 근처에서 식당을 차리고 남편을 무과시험에 급제시켰다.

성은 알 수 없고 홍도라는 이름만으로 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등장하는 여성도 남자 문제 때문에 남장을 했다. 그런데 그가 남장을 한 동기는 허초희나 우씨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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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드라마 <연모>의 한 장면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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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는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으로부터 최소 2년 이전에 정씨 남성과 결혼해 정몽석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그 상태에서 전쟁이 발발해 남편 정씨가 군대로 징집돼 두 사람은 생이별을 해야 했다.

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1597년, 홍도는 대담한 행동을 벌였다. 남장 차림으로 남편의 병영 막사에 잠입한 것이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의 병영 생활이 시작됐다. 같은 막사의 병사들은 정씨 옆에 누워 잠자는 낯선 병사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어수선한 전쟁통이 낳은 에피소드였다.

<조선일보> 이규태 기자가 북청 이씨 족보를 근거로 1971년 3월 28일 자 5면과 1999년 8월 6일 자 19면에서 두 차례 소개한 한반도 동북방 여성은 위 세 여성과는 다른 이유로 남장을 했다. 이 여성은 유역비(류이페이) 주연의 <뮬란>에서처럼 아버지를 대신해 군대에 자원했다. 여진족 땅에 거주하는 이 그는 여성임을 감추기 위해 남장을 해야 했다. 그의 이야기를 1971년 3월 28일 자 기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송나라 때 군사를 고려에 요구하자, 고려왕은 함경도 북변에서 군사를 강모하였다. 집집마다 배당된 징병이었기로, 돈이 없어 젊은이를 못 사는 집에서는 노인이 나오기도 하였다. 70 된 아버지가 전장에 나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던 한 젊고 예쁜 딸이 남복(男服)으로 변장하고 종군을 하였다. 송나라 무목 장군 휘하에서 3년간 군속으로 일하는 동안 여자임이 들통 나자 무목 장군은 이를 그의 처로 삼고 본부인을 우부인, 이 여진 아가씨를 좌부인으로 삼아 아이들도 많이 낳았다."

위의 인물들과 달리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남장을 한 여성도 있었다. 1968년 6월 4일 자 <조선일보> 5면에 소개된 이 구한말 여성은 얼음굿 혹은 양발굿으로 불리는 스케이트 공연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무당이 얼음 위에서 양발로 굿을 벌이는 모습을 연상하면서 스케이트 공연을 감상한 당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던 이 여성에 관해 <조선일보> 기사는 이렇게 짤막하게 소개한다.

"스케이트장이 된 문밖의 논두렁에는 자릿값이 매매되고 떡장수가 붐볐으며 '한 부인이 남장하고 몰래 구경하다 들켜 가문에서 쫓겨났다'는 소문까지 돌았을 만큼 큰 굿이었다."

고대 인류는 단순히 추위를 막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성별과 신분을 구별하기 위해서도 옷을 활용했다. 그래서 옷은 인간을 구분하기 위한 고안물로도 활용됐지만, 이 옷 때문에 인간이 도리어 기만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옷을 바꿔 입고 신분을 조작하거나 성별을 감추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옷으로 인간을 구별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도리어 인간 자신을 기만할 수도 있음을 수많은 여성들의 남장 사례가 잘 보여주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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