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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심사 총평] 김상길 심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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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과 기술의 경계에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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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건물을 세우는 것 이상이다. 건축이란 우리가 사는 경관과 환경에 개입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건축을 평가하는 행위는 건축을 형성하는 능력, 재료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비롯해 그 건축이 경관·환경에 어떤 개입을 했고,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개별적 건축 작업을 기술의 완성도만으로 보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시대에 건축의 공공성은 그만큼 커졌고, 여기에서 벗어나 건축을 하기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는 이런 관점에서 진행됐다.

올해 출품작도 예전 못지않게 풍성했다. 수상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무척이나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논의가 깊어질수록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도 날카로웠으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열성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과정에서 또 다른 의미 있는 일은 올해 처음 시도한 국민투표다. 당초 심사위원회와 시행위원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 반가운 일이다. 건축상이 전문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자칫 인기에 영합하는 유행물이나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에 대한 경계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앞으로도 국민투표를 유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심사와 국민투표를 병행할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올해는 심사결과에 국민투표 결과를 5% 반영할 수 있게 했고, 심사위원단의 표결에 국민투표를 합산하여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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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공부문의 심사과정에서 시공사의 부실이 크게 대두됐다. 최종 대상과 본상 수상작을 선정하기 위한 토론 과정에서 사회적 실천을 가장 훌륭하게 이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 있었지만 현장 방문 때 부실시공이 발견된 것이다. 공공성의 구현과 더불어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보편적인 표현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도들이 여럿 있었고, 공간의 연결과 관입, 매스의 도시적 맥락에 녹아드는 분절도 돋보였다. 사회적·경관적 맥락 반영과 훌륭한 기술이 구사된 건축 작업으로 대상을 받을 만한 수작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만 부실시공이란 사유로 대상 수상이 좌절되고 말았다.

반면 한 그룹사의 대형 사옥은 높은 건축적 완성도와 수준 높은 프로그램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공공성에서의 구체성 부족과 화려한 내부 마감에 비해 내부 공간에서의 건축적 상상이 빈곤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외에도 시멘트 패널을 기존 방식이 아닌 실험적으로 사용한 공장 캠퍼스 내 직원휴게공간, 제주도의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이룬 ‘건축적 풍경화’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심사위원의 지지가 이어졌다. 여주의 작은 공방은 높은 건축적 완성도가 지역 사회에 얼마나 큰 문화적 영향력을 미치는지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특별히 학교 건축에서도 참신한 시도가 있었다. 경직된 교육제도와 더불어 늘 같은 형식의 학교 건축을 탈피한 실험을 본 것이다. 교실별로 분동을 구분하고, 교실에서 옥외로 곧바로 연결한 접근성과 수준 높은 도서관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대담한 시도였다. 다만 각 동을 연결하는 브리지나 옥외공간의 설계 부분이 아직 미완성이었던 점이 아쉽다. 주거부문은 주택의 건축적 완성도보다는 사회적 실천에 더 많은 방점이 찍혔다. 고급 마감보다는 서민의 삶을 지원하는 건축적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지금까지는 건축법, 즉 인동간격이나 높이제한 등에 막혀 실현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가 도시와 서민의 삶을 위한 건축으로 수준 높게 구현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신진건축사부문도 준공건축물부문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때문에 공공성과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이뤄졌다. 일련의 신진 건축사들의 노력과 실험적 시도들은 다음 세대, 우리나라 건축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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