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30년 독재자 몰아낸 수단에서 군사쿠데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군부가 쿠데타 지지 거부 총리 억류”

2019년 알바시르 몰아낸 시민 저항 뒤

민-군 과도정부 구성했으나 갈등 발생

시민 수천명 거리 나와 쿠데타에 항의


한겨레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25일, 수단 수도 하르툼 거리에 시민들이 몰려나온 가운데 불타는 타이어에서 연기가 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년여 전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를 축출한 아프리카의 수단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임시총리 등 과도정부의 민간 인사들이 체포됐다. 비상사태 선포 속에 반쿠데타 시위도 즉각 조직됐고, 군의 발포로 부상자들도 발생했다.

수단 정보부는 25일 “군이 쿠데타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압달라 함도크 총리를 알 수 없는 장소로 데려갔다”며 “(과도기 최고권력기구인) 최고위원회의 민간 구성원들과 과도정부 각료들도 군부에 억류당했다”고 밝혔다. 정보부는 군부가 인터넷 연결을 끊고 수도 하르툼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다리도 차단했다고 전했다. 수도를 포함한 지역을 관할하는 하르툼주 주지사도 체포됐다고 주정부가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민-군 합동 최고위원회 위원장인 군 장성 압델 파타흐 부르한이 텔레비전 연설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고위원회와 과도정부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부르한은 정파 갈등이 군의 개입을 불렀다며 “민간 정부로의 권력 이양” 약속은 지키겠다고 밝혔다.

군과 민간이 공동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해 민주 정부 설립을 추진해온 가운데 쿠데타가 발생하자 시민들은 곧바로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함도크 총리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보부는 수도 하르툼과 인근 도시 옴두르만에서 수만명이 거리로 나섰다고 밝혔다. 하르툼의 군사령부로 몰려간 시민들과 군인들 사이에 충돌도 발생했다. 정보부는 군이 발포했다고 주장했고, 현지 의사단체는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단에서는 2019년 4월 시민들의 유혈 저항과 군의 봉기로 알바시르의 30년 독재가 막을 내렸지만 과도정부의 민간 구성원들을 노린 군부의 이번 행동으로 민주화 여정이 다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총리실은 쿠데타에 맞서달라고 시민들에게 요구했다. 최대 정당인 움마당도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와 항의하라고 촉구했으며, 공산당은 파업과 불복종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은 수단의 민간과 군 지도자들이 몇주간 갈등을 빚어온 가운데 발생했다. 최근 군사정부 설립을 주장하는 보수적 이슬람 진영은 알바시르를 권좌에서 쫓아낸 시민 세력과 각각 거리 시위에 나서며 대립했다. 지난달에도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수단은 1989년 민선 정부를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알바시르의 통치 아래에서 수십만명이 희생된 다르푸르 분쟁, 남수단 독립, 극심한 부패 등을 겪었다. 알바시르를 몰아낸 뒤 과도정부가 집권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2020년에 수단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군부의 행동은 미국의 동아프리카 특사 제프리 펠트먼이 주말에 군과 민간 지도자들을 만나 갈등 해소를 종용한 직후 발생했다. 펠트먼은 “미국은 수단군이 과도정부를 접수했다는 보도에 매우 놀랐다”며 “이는 과도기를 규정한 ‘헌법선언’과 수단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유엔도 “용납할 수 없다”며 수단군의 자제를 촉구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도 과도정부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함도크 총리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