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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본 ‘과로자살’ 산재 496명 분석해보니…우울증 초기 가장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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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우울 증세 시작 6일 이내 자살

장시간 노동·과중한 업무·인간관계 악화 ’다중고’ 노출


한겨레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끊어지면서 외로움,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MI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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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인 도시바그룹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을 했던 아베 마사노부(당시 30살)는 지난 2019년 11월 하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은 산재로 인정됐다. 장시간 과중한 노동에 시달려 발생한 우울증이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우울 증세는 그가 죽음을 선택하기 직전인 11월 중순께 시작됐다. 아베는 통역 업무에서 시스템 개발로 부서를 이동한 뒤, 노동시간이 급속히 늘었다. 숨지기 직전 한 달 야근이 100시간을 넘었고, 위통과 불면증을 호소했지만 업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과로 자살’로 산재를 인정받은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우울증 등이 시작된 뒤 6일 이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5일 보도했다. 과로 자살은 장시간 노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피로가 누적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증이 발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말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2012~2017년 6년 동안 산업재해로 인정된 과로 자살 사례는 모두 496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235명(47%)이 우울증 증세가 시작되고 ‘6일 이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7~29일’ 93명(19%), ‘30~89일’ 75명(15%) 등으로 나타났다.

‘과로 자살’에 내몰린 사람들의 경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속에서 업무의 변화,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업무 변화가 있었던 사례가 177건, 2주 이상 연속 근무가 109건, 상사와의 불화 92건, 왕따·폭행이 60건에 달했다. 노동시간도 상시적 장시간 노동이 201건, 한 달 잔업이 160시간 이상을 의미하는 ‘극도의 장시간 노동’도 88건이었다. 자신의 상황이 심각한데도 318명(64%)은 정신과 치료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마키 가즈나리 변호사는 이 신문 인터뷰에서 “대화나 웃는 얼굴이 줄고, 수면 장애나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있을 때 주의를 해야 한다”며 “상사나 동료, 가족 등은 변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영자나 관리직이 노동시간을 적절히 관리해 과중한 노동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과로 자살은 1991년 광고 회사 덴츠의 신입사원이 입사한 지 1년5개월 만에 과중한 업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본 법원에서 산재로 인정되자,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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