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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두환 고향 주민들 5·18묘지서 무릎…"윤석열 망언 죄송"(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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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묘지 묻히는 꼴 볼 수 없다…일해공원부터 바꾸길"

"적폐 청산 광주와 함께할 것…국민의힘 신상필벌하라"

뉴스1

전두환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준) 등 경남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에서 광주 오월단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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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 고향인 경남 합천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광주를 찾아 전두환 적폐 청산을 다짐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씨 옹호'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전두환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준)와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군민운동본부는 25일 오후 1시30분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오월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해당 단체는 전씨 고향인 합천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촛불 항쟁 당시 박근혜퇴진경남운동본부가 계승된 형태로 300여 시민사회진보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전두환(일해)공원 명칭변경과 국립묘지 안장 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합천군은 지난 2007년 전씨의 업적을 기리고자 대표공원인 '생명의 숲(5만3742㎡)'에 세금 68억원을 들여 전씨 아호인 '일해'를 본떠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단체는 "군사 쿠데타로 헌법을 유린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 형사처벌까지 받은 전씨의 혜택과 영예를 모두 거두진 못할망정 시민들이 쉬는 공원에 그의 흔적을 남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뻣뻣이 고개를 들고 다니는 이유는 공원에 아호를 박아주는 등 자신을 떠받들어주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며 "일해공원을 징검다리로 여겨 그가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꼴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허술한 '국가장법' 탓에 전두환이 사망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밖에 없다. 그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며 "광주와 함께 힘을 모아 국가장법 개정 청원 운동을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월단체도 이들을 환영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전씨 재판을 바라보며 전국민적 분노를 느끼질 않냐. (전씨의 고향인) 합천민들은 같은 생각이 아닐 줄 알았는데 같은 뜻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앞으로 광주와 경남의 지역 교류를 확대해 간접적으로도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알게 하는 계기를 만들자"며 "체계적·계획적으로 시간을 들여 공감하고 아울러 전씨 적폐청산과 진상규명에도 한 발짝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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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준) 등 경남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무릎을 꿇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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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간담회를 마친 뒤 5·18민주광장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전씨는)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단체는 "윤석열은 얄팍한 역사관과 천박한 정치철학으로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을 떳떳하게 내뱉었다"며 "'송구하다'는 유감을 표명한 후에는 SNS에 개 사진과 사과를 잡은 돌잡이 사진을 올려 국민을 조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전두환의 그림자를 지우는 일이 그리 어렵냐"며 "인사의 원칙 중 하나는 '신상필벌'이다. 잘하면 상을 주고 못 하면 벌을 줘야 한다. 전두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이유는 벌을 줘야 할 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전두환을 공적으로 옹호·찬양하는 것은 당의 입장에 위배된다는 것을 소속 정치인들에게 주지하고 모든 공직선거 후보의 공천 기준으로 삼아라"고 요구했다.

또 "소속 단체장에게 합천 일해공원을 비롯해 전두환을 칭송 찬양하는 모든 시설물과 상징물 철거를 요구하고 국립묘지에 묻히지 않도록 관련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고향인 합천에서 주민들을 대표해 전두환이 광주시민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사과하러 왔다"며 "용서를 구하는 심정으로 광주시민과 손잡고자 한다. 2022년에는 합천에서도 5·18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광주와의 소통을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참배대 앞에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경남 합천에 전두환씨 호를 딴 '일해공원' 명칭을 막지 못하고 변경하지 못했던 부족함을 반성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준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군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무릎을 꿇고 "오월 영령들이 가슴에 품고 실천하고자 했던 민주적인 대동세상, 평화와 평등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 노력을 이어받지 못해 죄송하다. 부끄럽다"고 사죄했다.

이어 "5·18민주항쟁의 그 뜻을 이어받아 오늘 이 자리에서 앞으로 전두환 적폐청산을 이루고자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맹세하고자 한다"며 "지켜봐 주십시오. 부족한 저희가 앞으로 더욱더 노력해 민주항쟁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참배 뒤 국립묘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묘역을 둘러본 뒤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땅에 묻힌 '전두환 비석'을 밟기도 했다. 기념비석은 1982년 전씨가 담양의 한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이를 발견한 5월 단체가 비석을 수거해 구묘역을 방문하는 참배객이 밟을 수 있도록 땅에 묻어놨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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