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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맞춤법 틀리면 채용 탈락"…기업 88% '부정적'이라 보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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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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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용 시장에 연일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맞춤법을 틀린 구직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이 구직자의 맞춤법 실수나 신조어 사용에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인데 기존 MZ세대 직원에 대한 불만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이달 12일 기업 25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의 88.4%는 자기소개서 맞춤법 실수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또 기업 중 39.6%는 자기소개서에 내용상 아무 문제가 없어도 맞춤법 실수 때문에 지원자를 탈락시킨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맞춤법 실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기본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서(69.8%, 복수응답) ▲평소 다른 실수를 많이 할 것 같아서(35.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다음으로는 ▲입사에 대한 열정이 없어 보여서 (27.9%) ▲상식이 부족해 보여서(23.4%) ▲업무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20.3%) 순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맞춤법을 반복적으로 틀린 구직자에 대해 ▲성의가 없어 보인다(61.8%, 복수응답) ▲부주의해 보인다(50.2%) ▲기본 상식이 부족해 보인다 (31.1%) ▲신뢰가 가지 않는다 (24.3%) ▲실수를 잘할 것 같다(23.5%) 등의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분야 중소기업 대표인 60대 A씨는 이와 관련, "지원 서류를 내면서 검토해보지 않았다던가, 검토하면서도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기본이라 생각할 테지만, 의외로 안 지켜지는 경우가 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맞춤법을 지키는 구직자에 이토록 혈안인 까닭은 현재 재직 중인 MZ세대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이미 한 차례 경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존 직원들의 업무에서 두드러진 단점을 신규 채용부터는 철저하게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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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인이 이달 중 실시한 다른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중 8곳은 재직 중인 직원들의 국어 능력에 불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보고서·기획안 문서 작성 능력에 불만(65%,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대면 보고 등 구두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불만(39.6%)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 등 활자 소통 능력(24.6), 회의·토론 능력(21.9%), 전화 의사소통 능력(16.5%)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기업들은 직원들의 연령대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짚었다. 직원들이 젊을수록 국어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기업 260곳 중 45.4%는 20~30대 직원들의 국어 능력이 이전 세대보다 낮다고 응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MZ세대 직원들이 맞춤법 사용이나 정확한 띄어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건 평소 줄임말이나 신조어 사용에 익숙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소통하면서 표준어와 오·탈자를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기업 인사담당자로 15년째 근무 중인 50대 B씨는 "젊은 직원 중에 간혹 의사소통을 유독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다"며 "거래처와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연락하다가 실수해서 회사로 연락 온 경우가 몇 번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원서는 회사가 구직자를 접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라며 "맞춤법을 틀렸다는 건 면접을 보는 데 얼굴에 뭘 묻히고 간 거나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소개서) 내용이 좋아도 맞춤법을 틀리면 일단 점수를 잃는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인사담당자로 4년째 근무 중인 30대 C씨는 "행원·직원들끼리 말실수를 해도 큰일인데 고객을 상대로 그렇다고 생각해보라"며 "금융권처럼 대면 서비스가 많은 조직에서는 이미지에 치명타"라고 말했다.

C씨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겪은 문제로도 충분하니 앞으로 위험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정 어렵다면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맞춤법을 교정한 뒤 채용에 임하는 게 더 전략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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