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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위드코로나' 전환에도 확진 증가세 없는 포르투갈…英과 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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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착용·거리두기 유지…'완전 해제' 영국과 차별화

"날씨 추워지면 재확산할 수도"…시민들 우려·기대 교차

뉴스1

벤피카와 바이에른 뮌헨이 맞붙은 2021년 10월 20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 벤피카 홈 구장 '에스타지우 다 루스'가 관중들로 가득 차 있다. 포르투갈 정부는 이달 1일부터 코로나19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 경기장 입장 관중을 수용 인원의 30%로 제한하는 조치도 해제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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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 지난 20일 포르투갈 명문 축구팀 벤피카의 홈구장 '이스타지우 다 루스'는 오랜만에 가득 찼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보기 위해 축구 팬 수만 명이 몰렸고, 경기가 끝난 뒤엔 지하철을 가득 메웠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남유럽 포르투갈이 이달 1일부터 조심스런 일상 회복 '위드 코로나'를 시작했다. 인구 86%에 달하는 높은 백신 접종률에 따른 것이다.

다만 모든 제한을 완전히 푼 영국과는 달리,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의 방역 수칙이 유지되고 있다. 시민들도 어렵게 되찾은 일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방심하지 않고 개인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WSJ는 "포르투갈에 코로나19 엔데믹이 찾아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엔데믹이란,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이나 유행병 에피데믹보다 완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영국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로 얻은 자신감

포르투갈이 위드코로나를 결심할 수 있었던 건 높은 백신 접종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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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세이샬 코로나19 백신접종소에서 2021년 9월 11일 한 소년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0월 18일 기준 포르투갈의 코로나 백신 완전 접종률은 85.7%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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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정부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 중 백신을 1번이라도 맞은 비율은 100%에 달한다. 25~29세 접종률은 95%, 12~17세는 88%로, 다른 연령에서도 접종률이 높은 편이다.

전체 국민 중 백신을 1회라도 맞은 비중은 89%로, 여느 접종 선도국의 1차 접종률(아워월드인데이터 영국 73%, 미국 65%, UAE 96%) 못지않다. 포르투갈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지난 18일 기준 85.7%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감염 상황도 완화됐다.

지난달 포르투갈의 일 평균 사망자 수는 6명으로, 1월 정점(하루 300명 사망)과 비교하면 상당히 호전된 수치다. 1월 1만3000명까지 치솟았던 일일 확진자 수도 이제 750명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같은 기간 입원 환자 수도 약 6700명에서 320명가량으로 줄었다.

◇'조심조심' 단계적 방역 완화

포르투갈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대부분의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철폐했다. 이스타지우 다 루스를 비롯해 모든 경기장에서 입장객을 수용인원의 30%로 제한해온 조치가 해제됐다.

관광업도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구시가지 인력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고, 트램이 관광객들로 만석이 돼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기도 하며, 항구에는 매일 새로운 크루즈선이 정박한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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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코로나 감염 상황이 호전되면서 다운타운에 다시 트램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은 2021년 9월 15일 리스본 구시가지에 트램이 다니는 모습. 만석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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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리스본 시내에서 오랜 팬데믹의 흔적은 여전하다.

곳곳에 손 소독제가 비치돼 있고, 일부 벤치는 여전히 폐쇄돼 있으며, 대규모 행사에서 백신 여권제가 실시되고 있다. 대중교통과 학교, 식당 등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경기장 입장 시에도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 회복 또는 음성 사실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 제도가 실시 중이며, 장내 마스크 착용도 필수다.

◇어렵게 찾은 소중한 일상…시민들도 우려와 기대 교차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방역 규제가 해제됐어도 쉽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시민 의식이 돋보인다.

리스본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파울라 마르케스는 "관광객이 있어야 가게가 돌아가기 때문에 매일 감염자 수를 주시한다"며 "팬데믹이 이제 옛날 일이 되길 바라지만, 솔직히 추워지면 어떻게 될지 아직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관광객용 인력거를 운영하는 미겔 캄포스는 "좋아지고 있지만 느리다. 아기 걸음을 걷고 있는 것"이라며 "희망과 낙관이 공존한다. 지금의 일상 회복이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스본 분자의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마리아 모타 박사는 "포루투갈은 지금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있다"며 "1월의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가 시민들의 기억에 남아있고 추워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모타 박사의 기억에도 선명하다. 어느 날 밤늦게까지 일하고 연구소를 나서던 그는 리스본 최대 종합병원 응급실 앞에 앰뷸런스(구급차) 52대가 줄지어 선 모습을 창밖으로 본 광경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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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올해 1월 하루 300명씩 희생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었다. 사진은 2차 봉쇄가 내려진 2021년 1월 15일 리스본 중심가의 텅 빈 모습. 거리에 펼쳐져 있어야 할 의자와 테이블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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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규제 완화로 재유행 겪는 영국과 대조적…포르투갈 모델 기대감

높은 접종률에도 조심스럽게 실시한 포르투갈형 위드코로나는 단계적 방역 완화를 앞둔 많은 국가들이 주시하는 모델이라고 WSJ는 전했다.

포르투갈형 위드코로나는 백신 접종률이 포르투갈보다 낮은데도 거의 모든 제한을 철폐했다가 재유행과 사망자 증가를 겪고 있는 영국형 위드코로나와도 대조적이다.

현재 싱가포르 등 위드코로나를 선도입한 일부 국가들이 정점 시기 또는 사상 최고 수준의 재유행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이 합심해 조심스러운 일상 회복을 시도 중인 포르투갈의 사례는 좋은 예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1000만 규모 포르투갈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604명, 사망자는 4명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는 108만5138명, 누적 사망자는 1만8133명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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