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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단계적 폐지…소비자피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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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금융서비스 활성화, 고비용 구조 등 걸림돌

금융당국 "인가 사항인지 확인하겠다"

이데일리

한국씨티은행 본사[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씨티은행 이사회가 소매금융(소비자금융) 매각을 포기하고 단계적 폐지 수순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씨티은행 노조의 반발이 있는데다, 금융당국도 소비자 피해가 없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힌 터라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한국씨티은행은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고용승계를 전제로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 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과 모든 제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해왔으나, 여러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하여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해 단계적 폐지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활성화, 내부 직원들의 고비용 구조 등으로 잠재 인수자들이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15일 한국씨티은행의 모회사인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사업 단순화를 목표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한국처럼 잠재성장률이 낮아져 더 이상의 성장성을 기대하기 힘든 나라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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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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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서비스 중단’…명예퇴직 곧 실시

한국씨티은행은 노동조합과 협의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에게는 은행내 재배치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 신규 가입은 곧 중단한다. 구체적인 신규 중단 일자는 빠른시일 내 재공지할 계획이다.

유명순 은행장은 “글로벌 금융파트너로서 씨티는 반세기 이상 한국 경제 및 금융 발전에 기여하고 경제 위기에도 함께 해왔다”며 “씨티에게 한국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 매각에 나선 것은 모회사인 씨티그룹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올해 2월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제인 프레이저는 수익 효율화를 강조했다. 프레이저 CEO는 취임 초 미국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잠재 성장 가능성이 낮은 사업 부문을 걷어내 수익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프레이저 CEO는 지난 2015년 남미 등에서 영업점을 줄이고 현지 소비자금융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씨티그룹 글로벌사업 네트워크 정리 작업에 들어갔고, 지난 4월 15일 아시아와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13개 국가 소비자금융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단순화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씨티그룹의 사업 정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미 수년전부터 저금리 상황에 소매금융업 수익성이 낮아진 데 있다. 카드와 보험사업 등을 섭렵하며 대형 금융사가 된 국내 금융지주 계열 은행과의 경쟁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도 컸다.

한국씨티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꾸준하게 하락해왔다. 올해 하반기 한국씨티은행 ROE는 2.02%로 전년동기 대비 0.89%포인트 급락했다. 한국씨티은행의 ROE는 2018년지만 해도 3%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에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소매금융보다 기업금융에 더 집중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도 은행장 취임 전 기업금융에서 성과를 낸 전문가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수익성 면에서 봤을 때 기업금융이 가계금융보다 훨씬 좋다”면서 “IB를 비롯해 인수금융 등 다양한 사업으로 수익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인가 논란…“소비자피해 불가피”

유명순 행장은 소비자금융 출구전략을 발표했던 지난 4월부터 통매각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 7~8월에는 복수의 잠재인수 대상자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차례 소매금융부문 매각 여부 발표를 늦춰왔다. 은행업권에서는 ‘매각 절차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은행 서비스 비대면화가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 씨티은행 영업점과 직원을 통으로 안는 것은 부담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인건비가 다른 은행과 비교해 높은 편인 것도 인수자들에게는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전체 임직원 3500명 중 소매금융 부문 임직원은 2500명(영업직 직원 993명 포함)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평균 임금이 전 업권 통틀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단계적 폐지 결정에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소비자금융의 폐지가 금융당국의 인가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이들은 성명서를 내고 금융위가 철저하게 이를 심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금융사의 사업 폐지가 인가사항인지 법률적 검토를 해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9조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서 금융위원회가 시정·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HSBC(홍콩상하이은행)도 국내 소비자금융을 폐지한 적이 있는데, 철수할 때도 당국의 인가를 받았다”며 “외국계 증권사 등도 국내에서 철수할 때는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제한적이라고 해도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에 따른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대출 서비스를 받았거나 씨티은행 지점을 통해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했을 경우 갈아타야 하는데 소비자 입자에서 번거롭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돈을 잘 벌 때는 대부분 이익을 본점으로 배당하고 재투자도 등한시 했다”면서 “다국적 기업의 전략이라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우리 금융당국이 진작에 예민하게 이들의 행보를 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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