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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성남도공 초대 사장 "유동규 팀 신설·정민용 채용 반대하자 중도 사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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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씨,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물러나
공사 실세였던 유동규와 갈등이 결정적
한국일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씨가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21일 유씨를 구속 기소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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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71)씨가 3년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운 채 물러난 결정적 이유는 공사 실세였던 유동규(52)씨가 대장동 사업을 위해 밀어붙인 전략사업팀 신설과 정민용(47) 변호사 채용에 반대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상급자인 자신의 주문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하급자인 유씨의 의도대로 대장동 사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중도 사퇴 요구까지 받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사장이 반대했지만 유동규가 묵살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동규씨는 2014년 이재명 경기지사의 성남시장 재선을 돕기 위해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에서 물러났다가 석 달 만에 돌아와 기획본부 산하에 전략사업팀을 신설하고, 변호사와 회계사를 전문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황무성 사장이 유씨의 업무 추진에 반대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황씨는 전략사업팀 신설에 반대하고, 전략기획팀을 만들라고 주문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황씨는 본보에 "장기적으로 성남도시공사의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개발사업본부와 업무 중복이 있는 전략사업팀이 아닌 전략기획팀의 필요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화천대유의 도우미 역할을 했던 전략사업팀 직원 채용 역시 황씨의 반대가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황씨는 당시 정민용 변호사 채용을 두고 "변호사가 이미 법무팀에 있는데 왜 또 필요한가"라며 인사팀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어찌된 일인지 사장 말발이 먹히지 않았다.

유동규씨 공소장에 따르면 2014년 10월 전략사업팀 신설 직후 2주 만에 신규 채용된 정민용 변호사와 김민걸 회계사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48)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53) 회계사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성남도시공사에 입사한 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뺀 채 공모지침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민간사업자 선정 때도 편파적으로 심사해 화천대유에 유리한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일보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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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살도 모자라 사퇴 종용... 배후설도


공사의 실세인 유동규씨와 번번이 갈등을 빚게 되자, 황씨는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중도사퇴를 종용받는 수모를 당했다. 황씨는 "당시 공사 개발본부장이었던 유한기(66·현 포천도시공사 사장)가 찾아와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장이 전략사업팀 신설과 전문계약직 채용을 반대했음에도, 유동규씨가 자신의 뜻대로 대장동 사업을 밀어붙이고 사장까지 물러나도록 한 것은 '뒷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성남도시공사 관계자는 "유씨가 '사장을 내가 갈아치웠다'라고 말하고 다니기 전부터 유씨의 힘이 사장보다 세다는 것은 당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황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경험한 유씨의 전횡에 대해 조사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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