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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한국 여자도 골프 치나”… 지금은 “US오픈은 한국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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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골프 LPGA 200승까지… 1988년 구옥희, 1998년 박세리

첫 100승까지 24년 걸렸지만 200승은 9년만에 초고속 달성

美 골퍼 코르다 “한국 선수들은 그린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고진영은 세계 1위 탈환, 개인 11승… 올해의 선수 랭킹도 선두로 나서

조선일보

200승 한국 여자 골프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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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LPGA 투어 33년만에 통산 200승… 주인공은 고진영 - 고진영(왼쪽)이 24일 부산 LPGA 인터내셔널에서 열린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임희정을 제치고 우승을 확정하자 이다연(오른쪽)이 생수병에 담긴 물을 뿌리며 축하하고 있다. 고진영의 우승은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통산 200승째였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 불참한 넬리 코르다(미국)를 밀어내고 4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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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00승은 LPGA 투어 최고의 선수 고진영(26), LPGA 투어 티켓을 노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 임희정(21)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명승부로 장식됐다.

고진영과 임희정이 치열하게 맞붙은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연장전은 24일 부산 LPGA 인터내셔널(파72·6726야드) 18번홀(파4)에서 열렸다. 고진영이 홀까지 202야드를 남겨놓고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떨어진 뒤 굴러 홀 1m도 되지 않는 지점에 멈춰 서자, 지켜보던 대회 관계자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고진영이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통산 200승과 세계 랭킹 1위 탈환을 사실상 확정 지은 순간이었다.

3라운드까지 임희정에게 4타 뒤진 2위였던 고진영은 이날 버디만 8개 잡아내 임희정과 나란히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했고, 결국 연장전 버디로 200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1988년 구옥희를 시작으로 33년간 48명이 합작한 환희와 눈물의 드라마였다. 197·198·199·200번째 우승을 책임진 고진영은 “마침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200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더 없이 큰 영광이자 행운”이라고 했다.

◇개척자 구옥희와 25승 전설 박세리

구옥희(1956~2013년) 전(前) KLPGA 회장은 1988년 3월 LPGA 투어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하며 10년 뒤 시작될 ‘LPGA의 코리안 파워’를 예고했다. 당시 미국 기자들이 구옥희에게 다가와 “한국 여자들도 골프를 치느냐”고 물을 정도로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무대에서 철저한 ‘무명(無名)’이던 시절이었다. 일본에서 활약하던 고우순(57)이 1990년대 일본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2연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 2·3승째를 올렸다.

구옥희는 한국 여자 골프의 개척기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고양시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그는 1978년 처음 실시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여자부 프로테스트를 통해 강춘자, 안종현, 한명현 등과 함께 한국 여자 프로골퍼 1호가 됐다. 손님에게 빌린 골프채를 들고 발에 맞지 않는 골프화를 빌려 신은 채 나간 테스트였다. 구옥희는 한국 선수 100승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한국 여자 골프의 첫걸음을 뗐다면, 박세리는 한국 여자 골프의 인상을 바꿔놓았다”며 “세리 키즈라고 불리는 후배들은 그 못지않은 스타로 성장했다”고 기뻐했었다.

◇박세리와 세리 키즈가 이뤄낸 사우스코리안 왕조

‘골프 여제’ 박세리(44)는 LPGA투어에서 25차례 정상에 오르며 한국 여자 프로골프의 꽃을 피운 스타였다.

IMF 위기가 대한민국을 짓누르던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세리는 첫 우승을 그해 5월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 달성했다. 첫 한국인 메이저 우승이었다. 그해 7월 박세리가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US여자오픈 때 펼친 맨발 투혼은 한국 여자 골프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그 장면을 보고 골프의 꿈을 키운 ‘세리 키즈’가 한국 여자 골프의 신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미국 골퍼 제시카 코르다(28)는 “한국 선수들은 꼭 한 명의 선수처럼 열심히 훈련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사우스 코리안’이란 이름의 한국 선수들은 끊임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 권위지 뉴욕타임스는 “한국 선수들이 지배하는 US여자오픈은 US 사우스 코리안 오픈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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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키즈의 선두 주자 박인비(33)는 4대 메이저 대회 우승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골프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프 선수로는 유일하게 골든 슬램(커리어 그랜드슬램+올림픽 금)의 주인공이 됐다. 2015년과 2017년, 2019년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한 시즌 절반인 15승씩을 올렸다. 2012년 유소연이 100승을 기록할 때까지 24년 걸렸지만, 200승까지는 9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진영, 4개월 만에 다시 세계 1위로

고진영은 최근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올 시즌 LPGA 투어 선수 중 최다인 4승을 달성했다. 현재 일본 투어에서 활약 중인 신지애(33)와 함께 한국 선수 중 넷째로 LPGA 투어 우승을 많이 한 선수(통산 11승)가 됐다. 또 이번 대회에 불참한 넬리 코르다(23·미국)를 밀어내고 4개월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고진영은 올해의 선수 랭킹에서도 코르다(161점)를 제치고 1위(176점)로 올라섰다. 고진영은 “(임)희정이가 미국 진출하기를 나도 진심으로 바랐다. 희정이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고진영은 프로 데뷔 후 처음 연장전을 치러봤다고 한다.

“올해 초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코로나 상황과 대회 준비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해 골프에 대해 회의감이 들고 힘들었다”는 그는 “지난 8월 도쿄올림픽 당시 내 경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후 한 달간 연습장과 헬스장만 오가며 주니어 시절처럼 훈련했다”고 했다. “주니어 시절엔 ‘오늘 이렇게 연습하다가 죽겠구나’ 생각할 정도로 연습한 적도 있어요. 프로가 되어서도 계속 발전하려면 주니어 선수의 마음가짐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고진영은 일주일쯤 국내에 머물며 스윙을 점검한 뒤 올 시즌 남은 2개 대회를 치르러 미국으로 돌아간다.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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