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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통신 뛰어넘어라” 이통사 CEO 3인3색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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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회사분할 등 과감한 변신… 반도체 투자와 M&A 공격적으로

구현모, 취임후 1조2765억 투자… AI·로봇 서비스로 탈바꿈 시도

황현식, 콘텐츠를 핵심전략으로 디즈니플러스 론칭 등 성사시켜

국내 통신 업체들의 탈(脫)통신 행보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올 3분기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가 늘어난 데다 신사업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최근 유무선 통신 사업에 집중하는 SK텔레콤과 반도체·새로운 ICT(정보통신기술) 투자에 집중하는 SK스퀘어로 회사를 분할했고, KT는 지난해 10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변화를 선언한 지 1년이 됐다. LG유플러스도 디즈니플러스를 인터넷TV(IPTV)에서 단독 론칭하는 등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며 통신 3사가 모두 탈통신 전환기를 맞고 있다. 각자 색깔이 뚜렷한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전략과 리더십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 사람 모두 외부 영입이 아니라 내부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받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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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감각적인 승부사’·KT ‘조용한 혁신’

SK텔레콤은 오는 11월 1일 존속회사 SK텔레콤과 신설 투자회사 SK스퀘어 두 회사로 분할되면서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8년 박정호(58) SK텔레콤 대표가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처음 청사진을 꺼낸 지 3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감각적인 승부사’로 불리는 박 대표는 SK그룹 내 최고의 M&A(인수·합병) 전문가로 꼽힌다. 목표를 높게 잡고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스타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실행 전략을 짜는 데는 세심하고 치밀하다는 게 SK텔레콤 내부 평가다. 다음 달 1일부터 SK 스퀘어의 대표를 맡는 박 대표는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수익원)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산업 분야 투자와 M&A(인수⋅합병)를 통한 지배 구조 개편을 완성하는 데 공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KT의 변화는 통신 업계에서 ‘조용한 혁신’이라고 불리고 있다. 구현모(57) 대표가 지난해 취임한 이후 KT가 투자한 금액은 작년 영업이익(1조1841억원)보다 많은 1조2765억원에 달한다. 구 대표는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통신 3사 가운데 가장 방대한 빅데이터에 다른 테크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을 접목한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 사업’ 육성을 탈통신 전략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LG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AI(인공지능) 원팀’을 발족했고, 국내 클라우드 설루션 전문 기업과 서울대·포스텍 등이 참여하는 ‘클라우드 원팀’을 결성했다. KT 관계자들은 “KT가 앞으로 통신회사가 아니라 AI회사, 로봇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발전하는 게 구 대표의 목표”라고 했다.

◇콘텐츠 내세운 LG유플러스는 ‘외유내강’

LG유플러스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탈통신의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황현식(59) LG유플러스 대표는 아동용 콘텐츠 ‘아이들나라’까지 직접 챙길 정도로 콘텐츠 플랫폼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유플러스 인사들은 황 대표에 대해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결정을 내리는 ‘현장의 달인’이자 외유내강의 리더십”이라고 입을 모은다. LG텔레콤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오른 첫 내부 출신 CEO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협업 이후 가입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상도 무조건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었다”면서 “가입자 규모를 키우면 시도할 수 있는 전략도 늘어난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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