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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재명 측근 정진상, 성남도시공사 사장에 사표 압력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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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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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화천대유가 설립되던 날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24일 공개됐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갑자기 사직서를 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이날 한 매체가 보도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2015년 2월 6일 오후 3시30분 공사 사장 집무실에서 유모 개발사업본부장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다. 유씨는 ‘유원’으로 통했던 유동규(52·구속)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뒤를 이은 2인자라는 의미에서 ‘유투’로 불렸다는 게 공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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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변호사(가운데)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돼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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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내용에 따르면 유씨는 “사직서를 쓰라”고 황 전 사장에게 말했다. 이에 황 전 사장은 “어쨌거나 하여튼 내가 유동규를 한번 만날게” “그거 써주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이라고 사실상 거부했다. 유씨는 “왜 아무것도 아닌 걸 못 써주십니까”라고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유동규를 만나보겠다” “시장한테 갖다 써서 주지 당신한테는 못 주겠다”고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히기도 했다.

이 녹음파일에 사직서를 쓰도록 압력을 넣은 배후도 언급된다. “당신에게 떠다미는 거냐”고 황 전 사장이 묻자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고 대답했다. 대화 내용에서 ‘정’이라는 인물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자 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의미한다고 황 전 사장은 이 매체에 전했다. 약 40분간 진행된 대화에 유 전 본부장은 12번, 정 실장은 8번 나온다고 한다.

유씨는 황 전 사장에게 “아닙니다.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다 박살납니다”라고도 말했다. “제가 다시 타이프를 쳐 올까요. 오늘 해야 합니다” “오늘 때를 놓치면”이라고도 했다. 유씨가 황 전 사장을 찾아온 2015년 2월 6일은 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2015년 2월 13일)하기 일주일 전이자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이다. 이날 유 전 본부장 지시로 대장동 사업 담당 부서가 개발사업2팀에서 1팀으로 바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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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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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사장 사직서는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15년 3월 11일 처리됐다. 공사가 이날 사장 임면권자인 성남시장 측에 낸 서류에는 “황무성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해 의원면직 승인을 요청하오니 처리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는 3월 27일 선정됐다.

황 전 사장은 이날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 “보도 내용이 대체로 맞다”는 취지의 문자로 답변했다. 지난 17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황 전 사장은 “대장동 개발은 유 전 본부장이 주도했고 그가 실세였다”는 취지로 취재진에게 말했다.

녹취록에 언급된 정 실장은 24일 중앙일보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런 일에는 항상 저를 파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와도 황 전 사장의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다”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당시 성남시 실·국 10여 개 산하기관의 공약 사업에 관여했지만, 세부적 내용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황 전 사장 의견을 잘 들어줘 관계가 좋았다”며 “어떤 근거로 그런 억측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유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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