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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시 주석이 해외 안 나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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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1년 9개월째 두문불출

코로나 19 책임 추궁 피하면서 3연임 위한 국내 정지작업 몰두하는 듯

11월 1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영국이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 4위 배출국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이 불참 의사를 밝힌 탓이죠.

영국은 이번 총회에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못지않은 기념비적인 협약을 끌어낸다는 계획인데, 벌써 김이 새는 분위기입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담 자리에서 “기후변화 대응 말만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는 게 외신에 보도됐죠. 시 주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시 주석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외국 국빈 베이징 방문도 막아

시 주석이 해외 방문을 중단한 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작년 1월18일 미얀마를 방문하고 돌아온 이후 1년9개월째 두문불출이죠. 심지어 외국 고위층 베이징 방문도 막습니다.

올 4월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변화 특사는 상하이에서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를 만났죠. 정의용 외교부장관도 4월초 푸젠성 샤먼으로 가서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을 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 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듭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시 주석의 한국 답방도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되면 이뤄질 것이라고 하고 있죠.

조선일보

2020년 1월18일 미얀마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수도 네피도의 한 호텔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을 만났다. 시 주석은 이 방문 이후 1년9개월째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작년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주요 국가 정상들의 해외 방문이 중단되고, 많은 행사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거의 정상화됐죠.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는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6월 해외 순방을 떠나, 스위스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죠. 유독 시 주석만 장기간 해외 방문 중단을 계속하는 상황입니다.

◇'거북이식 움츠리기 전략’

전문가들은 코로나 19사태 이후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제 사회 분위기를 한 이유로 꼽습니다.

중국은 코로나 19사태 초기 사람 간 바이러스 전염 사실을 한 달여 동안 숨겨 코로나 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단초를 제공했죠.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샀습니다.

여기에 작년 5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약속을 폐기하고 홍콩을 중국 체제로 통합해 서방국가들이 크게 반발했죠. 위구르족에 대한 거친 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시진핑(오른쪽 위)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위)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7월 5일 화상 정상회의를 가졌다. 해외 방문을 중단한 시 주석은 화상회의나 정상간 통화를 통해 외교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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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외교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딜 가도 줄줄이 책임 추궁만 당할 판이니 아예 문 잠그고 두문불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와요. 한 프랑스 평론가는 “위험한 순간을 만난 거북이가 머리와 꼬리, 네 발을 갑(甲) 속에 넣고 움츠리는 것과 같은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대신 중국 외교부의 싸움꾼 외교관들이 이른바 ‘전랑(늑대전사) 외교’라는 걸 하면서 중국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죠.

◇3연임 정지작업이 더 급하다

내년 11월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을 노리는 시 주석으로서는 외교를 돌볼 여력이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시 주석의 철권통치에도 중국 내에서는 연임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죠. 외유 도중 반대파를 중심으로 어떤 사건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해외 방문을 주저하게 한다는 겁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우리의 청와대 경호실장 격인 중앙경위국 국장을 교체했어요. 통상 내부 승진하는 전통을 깨고 야전 지휘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중국 공안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죠. 두 기관 모두 반대 세력인 장쩌민 전 주석 사람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조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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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북한 김정은처럼 코로나 19에 감염될까 봐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없지 않아요.

시 주석은 외유를 즐기는 인물입니다. 주석으로 취임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연평균 14회 이상 해외 방문을 했어요. 그런 분이 안에만 갇혀 있으니 아마 본인도 답답할 겁니다.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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