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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나로호 때도 5개월' 누리호 실패 원인 금방 안 나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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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부품만 37만개... "생선뼈처럼 발라봐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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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조립동을 출발해 제2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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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3단 엔진은 왜 빨리 꺼졌을까?

답부터 이야기하면, ‘아직 모른다’가 정확하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누리호에 사용된 부품만 37만 개다. 어떤 부품에 문제가 생겼는지, 부품이 아닌 작동 과정의 문제인지, 분석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주발사체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점도 많아, 속도보다는 정확한 분석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기술진, '텔레메트리 계측' 분석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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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더미위성‘ 궤도 안착 실패 원인.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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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 기술진은 25일부터 '3단 7톤 엔진 연소시간 부족'을 초래한 원인을 찾기 위해 텔레메트리(원격자료수신장비) 계측 자료 분석에 본격 나선다.

누리호 기술진은 그동안 QLM(Quick Look Message)을 통해 집계된 발사체 주요 상태 정보를 살폈고, 이를 토대로 1차 퀵 리뷰(속성 점검)를 마쳤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보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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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텔레메트리 계측 자료는 나로우주센터, 제주도, 남태평양 팔라우섬 추적소에서 실시간으로 추적한 데이터다. 발사체와 탑재된 위성의 비행위치, 동작 상태뿐 아니라 온도와 전압, 전류, 자세 등 세부 특징이 전부 기록돼 있다. 데이터 분량만 수백GB(기가바이트), 종류는 1,000여 가지에 달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3단 엔진 관련 이벤트는 팔라우 추적소에서 추적됐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받아 분야별로 나눠 분석한다. 일주일 정도 분석으로 원인의 윤곽이 드러나면, 각 분야 외부전문가 등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검증을 거쳐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엔진보다 '3단 산화제 탱크 압력'이 문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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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거치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ll)에 연료와 산화제가 주입되고 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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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구진은 3단 엔진 조기 종료 원인으로 엔진보다 산화제 탱크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 연료(케로신)를 잘 태우려면 산화제(액체산소)를 3~4기압 압력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보다 압력이 떨어져 산화제 공급이 부족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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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로켓의 구조. 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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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액체엔진의 작동원리는 다음과 같다. ①연료와 산화제가 각 단 엔진에 공급되면서 연소가 일어난다. ②연소 과정에 분출되는 고온·고압 가스의 힘으로 발사체가 솟아오른다. ③산화제가 빠져나가 탱크 압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온고압탱크의 헬륨가스가 채워진다.

"발사하며 더 많이 배워"... 생선 뼈처럼 펼쳐놓는 '피시본' 검증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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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뒤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 권혁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이 서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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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탱크압 이상이 생긴 원인도 다양할 수 있어, 아직 인과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가압시스템 자체 문제일 수도 있고, 산화제 탱크에 결함이 있거나 가압 밸브 문제, 헬륨 주입량 부족, 탱크 연결부 결합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실패 원인을 찾는 과정이 곧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구를 떠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와 환경을 겪으며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것이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우리가 세운 가설과 비행 중 측정한 데이터가 맞는지 마치 생선 뼈처럼 펼쳐놓고 분석하는 '피시본(fish bone)'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지상에서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봐야 다음 발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나로호 발사 때도 실패 원인을 밝히는 데 약 5개월이 걸렸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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